성인이 걸리는 당뇨는 대부분 인슐린 분비가 잘 안되거나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혈액 속에 당의 농도가 높은 상태를 말합니다. 혈액 속에 당농도가 높다고 해서 당장 어떤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높은 농도의 혈당은 서서히 혈관을 파괴합니다. 눈 속 혈관이 파괴되면 망막이 기능을 잃게 됩니다. 당뇨 망막증이라고 합니다. 콩팥 혈관이 손상되면 콩팥 기능 자체가 고장납니다. 이를 당뇨병성 신부전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리로 가는 혈관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리로 가는 혈관은 다리로 가는 신경에 붙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리 혈관이 손상되면 다리신경까지 같이 손상됩니다. 이를 당뇨발이라고 합니다. 당뇨병 환자가 맨발로 병뚜껑이나 유리조각을 밟아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당뇨발은 당뇨병 환자의 25%에서 겪는 합병증입니다. 당뇨발 환자의 80%가 결국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까지 받게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30초에 한 번꼴로 당뇨발 절단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당뇨발을 절단하지 않은 채 그냥 두면 점점 윗부분까지 썩게 됩니다. 당뇨발을 절단하는 건 고육지책인 겁니다. 하지만 다리를 절단한 후에도 그 환자가 5년 후까지 생존할 확률은 40%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서울아산병원이 당뇨발 합병증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다리를 절단하는 대신 환자의 허벅지나 등에서 떼어낸 피부, 살 ,혈관을 통째로 이식하는 수술을 시도했습니다. 121건의 수술 중 성공률이 92%나 됐고, 더군다나 5년 생존률이 무려 87%였습니다. 기존 절단 수술 환자의 5년 생존률이 41%인 것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의 성과입니다.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보인 이식수술을 왜 그동안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연구팀에게 던져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대답이 나옵니다.
"당뇨환자, 그것도 조절되지 않는 당뇨환자에게 피부나 혈관을 이식하는 것을 그동안 현대 의학에서는 금기시 해왔습니다. 당뇨환자는 어떤 수술을 받더라도 수술 후 감염확률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 금기를 깨뜨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처음 도전해봤는데, 결과가 정말 놀라왔습니다."
연구팀의 답변을 듣고보니 제가 의대 다닐 때 교과서에서 적혀있는 혈관이식수술의 금기증 항목에 '당뇨'가 있었던 게 어렴풋이 기억났습니다. 금기란 것은 경험이 주는 지혜일 겁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반드시 다시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