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성폭행, 민가 침입, 마약, 강도, 절도, 뺑소니, 경찰관 폭행에 이어 이제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공기총(?) 발사까지.
주한미군의 범죄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대검찰청 집계 결과 지난 2007년 283건이던 미군 범죄는 2011년 341건, 지난 해는 344건으로, 5년새 22%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하루 1건 꼴로 미군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미군 범죄가 뉴스에 보도되고 국민들의 감정이 악화되면 이제는 미군 수뇌부가 직접 나서야 하는 지경이 됐습니다. 지난 해 12월 28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술 취한 미군이 편의점에서 휴대전화를 훔쳐 달아난 뒤 경찰관까지 폭행한 사건이 터졌을 때 크리스 젠트리 미8군 부사령관이 서대문 경찰서를 방문해 사과했습니다.
2월 초 의정부의 한 지하철역에서 미군 6명이 20대 여성을 성추행하다 시민들에게 잡혀 경찰에 넘겨진 사건에서도 미2사단장이 의정부시청을 방문해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습니다.
이번에 이태원에서 벌어진 공기총 난사에 이은 도주 사건에서도 사건 발생 당일 오후 2시에 젠트리 부사령관이 용산경찰서를 방문해 사과와 함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미군은 이런 장면이 주요 언론사 기자들에 알려지지 않자 이례적으로 공보관실을 통해 부사령관의 동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기까지 했습니다. 미군들의 범죄..수뇌부까지 이렇게 곤혹스럽게 하는데 왜 근절되지 않을까요?
우선 지난 해 5월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선안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미군 현행범을 체포했을 때에만 우리 경찰이 1차 초동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요. 이태원 사건처럼 현장 검거에 실패한 경우엔 미군이 출석요구에 응해야 우리 경찰의 조사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조차도 강제력은 없습니다.
또 미군 근무의 특수성도 살펴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주한 미군은 한국에 1년 정도 근무하고 나면 본국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처벌이 약하면 한국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이 유야무야 되기 쉽다는 이야기입니다.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박정경수씨의 말입니다. "한국에서 저지른 범죄들 대부분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떨어지게 되는데요. 미군 자신에게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별로 탈이 없구나...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범죄를 저질러도 일단 미군 영내로 도망가면 1차 해결. 시간을 끌거나 가벼운 선고를 받고 한국을 뜨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주한미군 사이에 퍼져 있다는 겁니다. 그럼 이런 해결책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일단 현행범으로 체포해 우리 경찰이 1차 초동조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이런 조치가 강제력을 가질 수 있도록 SOFA를 손질해야 합니다.
미군 범죄에 대해선 재판부가 적어도 내국인 수준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재판이 진행중인 미군 범죄피의자에 대해선 한국 출국을 제한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하면 어떨까요. 주한미군이 이런 갖가지 해결책을 두고 다시 우리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로 나서지 않는 한, 그동안의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은 빛바랜 제스처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이번 젠트리 부사령관의 용산경찰서 방문과 사과, 수사 협조 약속이
또다시 단순한 '여론 무마용'에 머무르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시민들을 향한 공기총 발사...공기총이든 새총이든 BB탄이든...이번엔 우리 정부도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