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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제 막 서른, '왕족전문 여배우' 이윤지를 말하다

강선애 기자

입력 : 2013.03.04 13:29|수정 : 2013.03.04 13:29


흔히 ‘왕족전문배우’라 하면 이순재, 유동근, 임호, 정태우 등을 떠올린다. 주로 연배가 있거나 아역배우 출신의 남자배우들이다. 당연하다. 사극에서 왕이나 세자 역을 맡는 배우들이 주로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럼 여자 배우들 중에는 어떤가. ‘왕족전문 여배우’라 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있는가.

배우 이윤지(29)는 자타공인 ‘왕족전문 여배우’다. 2008년 ‘대왕세종’(KBS)에서 소헌왕후 역을, 최근 종영한 SBS ‘대풍수’에서 우왕을 낳은 반야 역을 맡아 태후에 걸맞는 연기를 해냈다. 이윤지가 더욱 특이한 점은, 현대극에서도 두 번이나 공주 역을 맡았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궁’(MBC)에서 혜명공주, 지난해 ‘더킹 투하츠’(MBC, 이하 ‘더킹’)에서 공주 이재신 역을 열연했다.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왕족의 일원이 됐던, 그야말로 ‘왕족전문’이라 할 수 있는 여배우는 이윤지가 전무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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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전문 여배우? 또 다른 왕족도 연기해보고파”

이윤지가 유독 왕족 역을 자주 맡는 이유는 똘망똘망해 보이는 이미지에서 기인한다. 그의 큰 눈에선 총명함이 빛나고 왠지 모를 믿음이 간다. 실제로 이윤지는 연극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인재이기도 하다. 지적이고 착해 보이는 외모, 신뢰가는 이미지, 그러면서도 강단있어 보이는 모습들이 이제 막 서른살에 접어든 이윤지를 ‘왕족전문 여배우’로 만들었다.

“‘궁’이나 ‘더킹’은 둘 다 현대극이었는데 왕실 이야기를 다뤄 제가 왕족 역할을 할 수 있었어요. 현대극에서 재벌 역할은 흔히 맡을 수 있지만, 왕족 역할은 할 수가 없잖아요. 현대극에서 왕족 이야기를 다룬 게 딱 그 두 드라마였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제가 두 작품 다 참여하며 특별한 경험을 했죠. 전 언제든지 다음 왕족을 꿈꿉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왕족도 연기해보고 싶어요.”

이윤지는 젊은 나이에 맞지 않게 고지식한 면들이 있다. 새로운 배역을 맡으면 캐릭터 분석을 하느라 방에 들어가 안 나오는 성격이다. 그래서 남들이 “좀 편하게 해라”고 말할 정도다.

“이게 성격인가봐요. 새 캐릭터를 분석하며 이건 어떤 모습일지, 저한테 어울릴지 등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그렇게 혼자 노는 거죠. 딱 왕따되기 좋은 타입이에요.(웃음) 혼자만의 시간이 좋아 어디 들어가면 잘 안나오는 은둔형이니까요. 제가 방송에선 엄청 활발해 보이는데, 실제로 못하는 것들을 그렇게 방송으로 풀어내나봐요. 방송하는 사람들은 그런 순리가 맞는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도 회사에선 진득하니 앉아 일하다가, 밖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면 활발해지잖아요. 그렇게 누구든 흑과백이 적당히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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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2012년은 좀 부대꼈던 해”

이윤지에게 지난해는 유난히 버거운 해였다. 특별히 어떤 사건이 있어서는 아니다. 상반기해 했던 ‘더킹’, 하반기에 했던 ‘대풍수’에서 맡은 두 캐릭터가 모두 아픔이 많았기 때문이다. ‘배우는 맡은 캐릭터대로 간다’는 말이 있듯, 이윤지는 두 번 연속 아픔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스스로도 가라앉았다. 그만큼 이윤지는 온 몸으로 캐릭터를 느끼며 흠뻑 빠져있었던 셈이다.

“확실히 저한테 2012년은 썩 밝지만은 않은 해에요. 연기한 캐릭터들이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느 해보다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저도 사람인지라 같이 다운되기 마련이었죠. 전체적으로 어둡고 부대꼈던 2012년이었어요. 지금은 지나고 나니 한결 후련하고 마음이 편해요. 그 시간이 없었다면 이렇게 한차례 뭔가 큰게 지나간 것 같은 시원한 느낌을 받지 못했겠죠. 겪을 땐 힘들었지만, 그런 시간들이 저한테 준 게 많다고 생각해요.”

이윤지는 ‘대풍수’ 속 반야를 연기하며 한 여인이 겪을 수 있는 슬픔, 분노, 야망, 사랑 등 모든 감정을 연기했다. 이윤지는 반야를 통해 처절하게 독해졌다. 착해 보이기만 하던 이윤지의 색다른 변신이었다.

“‘대풍수’에서 반야는 어릴 때 모습부터 나와서, 지상(지성 분)을 버린 후 공민왕(류태준 분)한테 승은을 입고, 아이를 낳고 또 아이가 죽는 것도 보고, 나중엔 정근(송창의 분)과 사랑을 하다가 슬픈 죽음을 맞았죠. 제가 생각해도 반야의 인생은 너무 슬프고 가혹했어요. 어떤 여자가 아들이 죽는 모습을 선 채로 바라볼 수 있겠어요. 제 역할인데도, 대본을 보면서 ‘반야야 그만 하자, 너무 고되다’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반야를 표현하기가 녹록치는 않았어요. 하지만 반야를 통해 ‘배우 이윤지’는 확실히 더 클 수 있었죠. 제 연기인생은 반야를 맡기 전과 후로 나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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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서른 살, 못했던 성인식 이제 하겠다”

힘든 2012년이 지나고 2013년을 맞은 이윤지. 그에게 2013년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나이 앞자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1984년생 이윤지는 올해 딱 서른이 됐다. 이윤지는 여자로서, 또 배우로서 서른을 맞은 기분이 남다르다.

“누구나 시간과 나이를 피해갈 수 없지만, 배우는 그걸 더더욱 직면하는 것 같아요. 배우는 얼굴을 보여주는 게 직업이다보니 그만큼 나이라는 카테고리를 코 앞에 두고 바라봐야 하죠. 때론 그게 안타깝기도 하고 너무 가혹하다 싶기도 해요. 전 그런 것들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그래서 제 나이대에 맞는 기쁨, 슬픔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개인적으론 서른 이후가 오히려 더 기대가 되요.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고 억지 없이, ‘일반인 이윤지’의 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른을 맞은 이윤지가 꼭 해보고 싶은 것은 ‘성인식’이다. 보통 사람들이 만 스무살 5월에 하는 성인식을 이윤지는 이번에 해보고 싶단다.

“성인식을 서른에 하려고 해요. 원래 스무살에 해야하는 건데, 정작 그 땐 지금처럼 일하던 때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못하고 지나갔죠. 제가 스물아홉이었던 작년, ‘내가 20대에 못해본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많더라고요. 성인식도 그렇고, 배낭여행, 친구들과의 기념 파자마파티 같은 것들을 못해봤어요. 이번에 서른이 된 친구들과 같이 우리들만의 성인식을 다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서른살의 성인식을 치르면, 이 다음에 올 30대를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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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큰 산을 넘고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선 이윤지는 마음이 즐겁다. 하고 싶은 게 많은 그는 이것저것 계획하고 꿈꾸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2013년엔 작품적으로 멋진 도전들이 이어지면 좋겠고, 작품이 아니더라도 예능이나 또 다른 어딘가에서 다른 저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2012년은 좀 부대꼈지만, 2013년은 즐겁게 맞았어요. 제가 즐거우니까 절 보는 분들도 분명 즐거울 거에요. 행복을 마구 나눠드릴 테니, 그 행복을 이곳저곳에서 확인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게요. 기대해주면 좋겠어요.”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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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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