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이 벼랑 끝에 몰렸지만, 청와대와 야당, 여당과 야당은 3일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본회의가 5일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이날은 정부조직 개편협상의 시한으로도 여겨졌다. 4일까지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2월 임시국회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30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33일이 지난 현재까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여야 정치권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동시에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을 계획하는 동시에 이날 오전부터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5일까지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를 호소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여야 역시 '정치력 부재'라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오전 10시 원내대표 회동을 시작으로, 원내 수석부대표 및 실무진의 마라톤협상을 진행하는 등 온종일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여야의 합의점 찾기가 불발된 것은 물론, 여권과 야당의 '감정싸움'만 격화된 모양새다.
새누리당 이한구,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1시간 10여분 간의 회동에서 방송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였으나 '방송 공정성' 담보 방안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미래부 신설을 제외한 나머지 정부조직법 개정안 일체를 우선 처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핵심인 미래부 신설을 빼고 처리하자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야당의 제안을 일축, 협상은 다시 교착국면에 접어들었다.
오후 들어 새누리당 김기현, 민주당 우원식 원내 수석부대표가 한차례 회동한 데 이어 지속적인 전화 접촉 등을 이어가면서 한때 극적인 타결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실제 여야는 정부조직 개편 관련 9개항의 잠정합의문까지 작성, 각당 원내대표의 서명만 남겨놓았지만, 마지막 검토 단계에서 종합유선방송국(SO)을 둘러싼 이견이 발생하면서 제동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최대 쟁점인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와 관련, IPTV(인터넷TV) 기능은 미래부로 넘기고 위성방송 기능은 방통위에 남기기로 했지만 SO 기능을 놓고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새누리당은 SO의 인허가권을 방통위에 남기고 법률 제·개정권을 미래부로 이관하자는 조정안을 내놓았지만 민주당이 수용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협상이 결렬됐다.
다만 여야는 중소기업청장을 국무회의에 배석토록 하는 등 중소기업청의 기능을 강화하고 '농림축산부'를 '농림축산식품부'로 하며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독립기구로 하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정부조직 개편 외에도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처리 및 4대강 국정조사 실시에 원칙적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여야는 정부조직개편 외에도 상설특검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문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문제 등에 대해서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이날 온종일 국회 원내대표실을 지키며 협상 상황을 점검한 이한구·박기춘 원내대표는 오후 11시 30분을 전후해 굳은 표정으로 국회를 나섰다.
또한 여야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도 불발됐다.
이 과정에서 양측 간 '대승적 결단'을 촉구해온 청와대와 야당의 불꽃 튀는 신경전이 이어졌다. 청와대가 전날 '박 대통령-여야 지도부 회동' 사실을 발표한 것부터 삐걱거렸다.
민주당은 "국회나 야당은 사전협의 없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비서실이나 부속실, 정치적 2중대가 아니다"며 "(회동을 위한) 절차가 완전히 무시된 것"이라고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오전 10시 원내대표 협상을 불과 1시간을 앞두고 청와대가 긴급 기자회견에서 '야당에 많은 부분을 양보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촉구점도 야당을 자극했다.
나아가 청와대가 4일 오전 정부조직 개편 협상 표류에 따른 국정 차질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점을 놓고도 민주당은 "야당과 국회를 무시하는 청와대의 연쇄적인 압박은 민주 정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며 "이는 일방적 통치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10시께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30분간 머물며 하루빨리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여야는 정보통신기술(ICT) 전담 부처 신설에 관한 대선 공약을 놓고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민주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공약에는 미래부 신설, ICT 기능 강화, 방송의 공정성 확보 공약이 따로따로 있었지만 인수위가 세 공약을 묶어 미래부로 합쳤다"며 "민주당의 주장이 바뀌었다는 주장은 몰염치한 것이자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합의제 위원회 조직으로는 정보·통신·방송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이 미흡하다는 문제점과 현황을 점검, 새로운 정보미디어 전담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했고 미래부와 함께하는 것으로 공약을 다듬은 것"이라며 "민주당이 대승적 결단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