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요즘 "연방정부의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러 다니느라 바쁩니다. 좀 과장섞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연방정부의 자동 예산 삭감 조치를 뜻하는 '시퀘스터(sequester)' 발동이 사흘 앞으로 다가 왔기 때문입니다. 시퀘스터가 발동되면 일단 국방비와 공무원 급여가 직격탄을 맞습니다. 국방부 소속 민간인 근로자 80만명, 연방공무원 65만명이 이르면 4월부터 최대 22주 동안 일주일에 하루씩 무급휴가를 가야 할 처지입니다. 이렇게 하면 무급휴가자의 올해 임금을 20%까지 줄일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복지와 교육, 주택관련 예산등 2013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 30일까지 8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90조원 가량의 예산이 자동으로 깍이게 됩니다. 이쯤되면 과장이긴 해도 "연방정부의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걱정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닌 셈입니다.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가 마치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일축합니다.'시퀘스터'가 얼마나 나쁜지 설명하느라 시간 허비하지 말고 해결책 찾는데 몰두했으면 좋겠다는 비아냥도 적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오바마 행정부가 주장하는 예산삭감 규모가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 의회예산국의 최근 보고서는 실제 예산 삭감규모는 440억 달러이고 나머지 부담은 2014년 회계연도 이후로 넘어갈 것들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공화당은 '시퀘스터'가 아니더라도 정부 예산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때문에 어떤 점에서는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도 없지는 않습니다. 오바마의 주장처럼 연방정부가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인지? 아니면 공화당의 주장처럼 지출을 줄여서 더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인지? 사실 누구 말이 맞는지 지금으로서는 속단하기가 어려운 듯 합니다.
이 진실게임에 저명한 언론인 밥 우드워드도 끼어 들었습니다. '워터게이터' 특종으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는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시퀘스트 관련한 백악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우드워드는 "내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예산 자동삭감은 제이컵 루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이디어였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이 제안을 승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의회가 먼저 제안했다는 오바마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연일 백악관과 야당의 주장을 번갈아 소개해 가며 예산 감축이 불러올 영향을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피해의 한 가운데 서 있을 미국인들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백악관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이것은 그들만의 논쟁"이라고 일축했고 또 다른 시민은 "어차피 해결될 일"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9%는 '시퀘스트'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48%는 조금 들어봤을 뿐이라며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류의 논쟁에 워낙 익숙한 탓도 있겠지만 기축통화 국가인 미국인 특유의 불감증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워싱턴의 한 정치분석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퀘스터가 발동되는 것이 아니라 시퀘스터로 인한 충격이 별로 없어서 공화당이 '그것 봐라'라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시퀘스터로 인한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경우 정부로서는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겠지만 정부 지출 삭감을 주장하는 공화당의 거센 공세가 예상되고 앞으로 삭감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논쟁은 당장 보다는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잘 몰라서 하는 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앞으로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한 것이 명백해 졌을때 미 정치권과 경제가 또 한차례 쓰나미가 몰려 올 가능성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