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mm 카메라와 함께 안양시의 한 백화점 앞 네거리에 섰습니다. 시민 인터뷰가 필요했습니다. 시민단체 인터뷰를 할까 하다가, 단체 아닌 시민의, 날것 그대로의 인터뷰가 더 적절할 것 같았습니다. 책꽂이를 배경으로 한 정갈한 멘트는 매력이 덜했습니다. 옆집 아저씨, 앞집 아줌마 같은 시민의 한 마디가 정곡을 찌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형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하는 경기도 안양시. 사업비는 물론 소송비까지 세금에서 줄줄 나가고 있는데, 세금 내는 사람이 보면 유쾌할 리 없습니다.
시민 인터뷰는 뜻밖에 고역이었습니다. 두어 명 물어보면 끝나겠다고 생각한 건 완벽한 오판입니다. 우선 안양시가 휘말린 대형 소송이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마이크를 댄 시민들은 자신의 지자체 소송에 아무 관심이 없었습니다. 불황에, 생업에 바쁜 분들, 당연히 모를 수 있습니다. 또 시청 법무팀 아니면 자세히 모르는 게 정상입니다. 저도 서울시가 피소된 사건이 뭔지, 제대로 아는 게 없습니다. 그러나 취재진이 물어보면, 일말의 관심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관심 자체가 전무했습니다. 그저 카메라를 피할 때 느껴지는 것과는 강도가 다른 무관심입니다.
안양 시민들은 대개 소송 내용을 잘 모른다며, 종종걸음으로 갈 길을 재촉하고, 한참 설명을 해주면, 관심이 없다고 돌아섰습니다. 한 시민은 언론이 지자체를 그런 식으로 비판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은 둥글둥글하게 살고 싶다고, 더이상 알고 싶지 않다고 말을 끊었습니다. 보도 내용을 알려줘도, 자기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안양시민이라고 말한 사람만 골라서 물었는데도 그랬습니다. 마이크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슬슬 힘이 빠지고, 무엇보다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시민들이 다들 관심 없다고 하는데, 이런 보도를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행인들 얼굴을 조목조목 한참 살펴봤습니다.
누군가는 시민을 어리석은 쥐떼로 이름 짓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시민을 어떻게 농락할 것인가를 속으로 고민합니다. 선거 전쟁의 프레임을 만들고, 조직적인 전략으로 시민을 선전 선동하는 것, 모두 한 표를 행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런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시민은 진심을 알아줄 것이다, 시민 개개인은 현명하므로 똑똑한 한 표로 불의를 정확히 심판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때로 역사를 전진시키다가도 때로 좌절을 맛보곤 했습니다. 안양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민선 시장, 기초의원들이 시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한 표를 앞두고 숙이는 고개가 아니라, 가슴 속 깊은 곳의 시민에 대한 인식이 알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안양에서, 피선거권자인 그들은 많은 유혹을 느낄 것 같습니다. 시민들은 보통 시정에 관심 없다, 일단 당선되면 그만이다, 이렇게 생각할 법 합니다. 시정에 ‘한 마디 해주세요’ 부탁을 시민들로부터 번번이 거절당하면서 든 느낌입니다. 시민들이 무관심하니까, 시정이 독단적으로 질주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 시장이 재선을 희망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들 붙잡기를 여러 번. 겨우 한 남성을 인터뷰했습니다. 취재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주자, 시정에 “원통하다”고 말했습니다.

세금 내는 입장에선 원통한 게 당연합니다. 안양시는 한 건설폐기물 처리업체에 이전을 “허가한다”는 공문을 보냈다가, 이전이 “가능하다”는 90도 바뀐 공문을 보내고, 나중에는 이전을 “불허한다”는 180도 바뀐 공문을 보냈습니다. '독단=불통' 행정입니다. 건설폐기물 처리업체는 허가 공문을 믿고 65억 원을 들여 이전 부지를 매입했다가, 회사 운영이 2년째 마비된 상태입니다. 법원은 안양시에 이전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더 어이없는 건, 안양시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공문을 작성한 말단 공무원 1명만 징계를 내렸다는 사실입니다. 공문에는 분명 안양시장의 직인이 찍혀 있었는데, 책임진 간부는 하나도 없습니다.
대형 소송에서 패소한 건 또 있습니다. 법무부가 안양교도소 재건축 협의를 하자고 4차례 요청을 했는데, 이걸 다 무시했다가 소송을 당해 법원에서 또 졌습니다. 얼마나 말이 안 통하면, 법무부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까요. 50년 된 안양교도소는 쓰러지기 직전입니다. 위층 화장실에서 새는 물이 겨울에도 아래층에 줄줄 새서, 곰팡이가 스는 건 물론이고, 벽은 하중을 견디다 못해 ‘C'자로 휘고 있습니다. 여름에 강풍이 불면 슬레이트 지붕 다 날아갈까 노심초사합니다. 시가 재건축 협의를 무시한 이유는, 시장이 당선 전에 교도소 이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이유가 큽니다. 이걸 다른 데로 옮겨야지, 같은 자리 재건축은 못하겠다는 겁니다. 법무부를 일단 만나서 얘기했으면 될 일입니다.
소송이야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것이지만, 추진하는 대형 사업마다 줄줄이 지는 것은 유별납니다. 지면 질수록 시가 부담해야 하는 소송비도 늘어납니다. 어차피 세금으로 하는 소송, 시는 항소하면 그만이고, 또 지면 예산 처리하면 그만입니다. 안양시가 당한 소송은 시장 취임 이후 100건이 훨씬 넘습니다. 안양시 측은 인구를 감안했을 때 다른 지자체보다 많이 피소된 건 아니다, 또 승소율도 80% 이상이라고 해명합니다만, 소송을 줄줄이 당하고, 연달아 패소하는 것 자체가 소통보다는 불통 행정으로 일관해왔다는 방증입니다. 시정에 원통한 사람, 더 있을 것이라고 믿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