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영화 '스토커'를 연출한 데에는 웬트워스 밀러의 각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21일 오전 서울 한남동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영화 '스토커'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은 "밀러의 각본이 매력적이었기에 '스토커'를 연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어떤 각본은 누가 연출해도 비슷한 영화가 나오겠다 싶은데 '스토커'는 어느 감독이 다루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로 나올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것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다. 뭔가 채워넣을 게 많더라. 부족하단게 아니라 여백이 많아서 붓을 칠하기 좋은 각본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스토커'를 연출하는 데 있어 크게 중점을 둔 것도 각본의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었다고 했다. 박 감독은 "각본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채워넣기도 하고 빼기도 했다. 어떤 부분은 별로 안 고치고, 어떤 부분은 많이 고쳤다. 영화의 오프닝하고 클로징은 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큰 골격이나 성격, 특히 인물 묘사같은 것은 밀러가 미리 잡아놓은 게 좋아 유지했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에 있어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은 웬트워스 밀러의 각본을 가지고 영화를 연출했다는 점이었다. 밀러는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 출연하며 국내에서 '석호필'이라는 별명을 얻은 스타 배우다. 그가 각본을 썼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 작품의 메가폰을 박찬욱 감독이 잡는다는 것도 큰 이슈였다.
'스토커'는 18세 생일, 아버지를 잃은 소녀 앞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이 찾아오고 소녀 주변의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 영화다.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각색을 걸쳐 훨씬 근사한 영화로 거듭났다. 박 감독의 세련되고 강렬한 미장센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한폭의 그림 같은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스토커'는 오는 28일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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