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터프가이', '바이크 타는 음유시인', '사건 사고의 아이콘'.
배우 최민수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연기에 관한 것보다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나 그것에 반하는 면모에서 기인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만큼 최민수는 대중들에게 특별한 혹은 별난 연예인으로 인식되어 왔다.
11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는 "우리가 알고 있던 최민수가 과연 진짜 최민수였을까"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이었다. 절친한 후배인 김제동에게 출연을 자청했다는 최민수는 최근 결성한 밴드에서 만든 자작곡 '녹슨 바이크의 안장'으로 '힐링캠프'의 문을 열었다.
이날 방송의 주요한 화두는 "최민수의 허세는 진실인가 거짓인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에서 비춰진 그의 행동과 말들은 난해함 투성이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멋이 넘쳤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허세다"라는 시각도 적잖았다.
MC 한혜진은 최민수의 자유로운 행동과 난해한 어록 등에 대해 "너무 주목받고 싶어서 혹은 외로워서 그런 거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최민수는 "우리가 사는 이유는 관심과 칭찬이다. 말을 시작하는 건 3살이지만, 남의 말을 듣기까지는 50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 세포속엔 관심과 칭찬이 충만하다"며 그 지적을 어느 정도 인정하기도 했다.
최민수는 자신이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로 보게 된 계기를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 심장이 약해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던 것 같다. 누구나 마음속에 어린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에게도 '어린 민수'가 있다"고 말했다.
MC 이경규는 특유의 캐릭터를 살려 "약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라고 거침없는 질문을 날렸고, 최민수는 "나도 내가 가끔 약한 것 같이 보인다. 내가 보더라도 난 정상이 아니다"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천하의 최민수를 불편하게 하는 질문들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사건, 사고에 연이어 휘말리며 합의금만 3억 원 가까이 냈다는 소문부터 아버지의 명예훼손 여부를 두고 방송사와 소송을 벌였던 일들까지 거론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집중 조명되었던 것은 2008년 불미스러운 일로 산속 칩거에 들어갔던 일이었다.
최민수는 이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을 묵묵히 기다려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산속에 있을 무렵부터 자곡을 시작했는데,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고 즉석에서 아내를 위한 노래를 통기타로 연주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아내 강주은 씨의 영상 메시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강주은 씨는 최민수의 칩거 생활 당시 이혼을 생각한 바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그녀는 "그 사건이 터졌던 2008년 무렵은 이혼을 잠시 생각했었는데 아마도 권태기였던 것 같다. 그러나 2년간 남편의 빈자리를 통해 그리움을 느꼈다. 무엇보다 그때 남편의 눈빛은 "당신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아내의 충격 고백에 최민수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는 눈물 흘리는 자신이 신기한 듯 "나는 나를 위해 흘릴 눈물을 없을 거라 믿었는데 아직도 이렇게 눈물이 남아있단 게 고맙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아내에게 "사람으로서 도리를 못해서 미안하다. 내가 당신을 선택한 게 아니라 당신이 나란 사람을 구원해줬다"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더불어 그는 "내가 결혼을 34살에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결혼 전 34년은 내 삶을 연습하는 시간이었다. 난 그 이후부터 제대로 삶을 산 것"이라며 결혼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고 고백했다.
이날 최민수의 진중한 모습만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별난 이미지에 가려진 소탈하고 귀여운(?) 중년 아저씨의 면모도 두드러졌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돌아간 최민수는 아내를 위해 설거지를 자청하는 자상한 남편, 아들에게 놀아달라고 떼쓰는 아버지이기도 했다.
방년 52세의 신인 로커 최민수는 여전히 자신의 본적은 지구고, 지금 사는 곳은 타우다 엘리다우스라고 말한다. 또 그는 '멋있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멋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아는 최민수는 제대로 된 최민수일까. 이날 방송을 통해 우리는 진짜 최민수를 본 것일까. 방송을 보고 나서도 여전히 아리송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전히 최민수는 대중들에게는 흥미로운 연예인인 동시에 출연 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멋진 배우라는 것이다. 그 변함없는 사실을 최민수는 '힐링캠프'를 통해 확인시켜 주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조성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