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의 강제송환을 피해 런던 에콰도르 대사관에 은신 중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후원자들과의 불화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 같은 상황은 열렬한 어산지 후원자였던 영국 억만장자 제임스 골드스미스의 딸이자 언론인인 제미마 칸이 비판자로 돌변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성범죄 송환 재판에 부쳐진 어산지를 위해 20만 파운드(약 3억4천만원)를 쾌척했던 칸은 어산지를 향해 "지지자들에게 맹목적인 추종만을 강요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7일(현지시간)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인터넷 정치매체 뉴스테이츠맨의 부편집인인 칸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위키리크스가 진실 은폐와 왜곡 등 공격 목표로 삼았던 정치권력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칸은 어산지를 신흥종교 사이언톨로지의 교주인 론 허버드에 비유하면서 "어산지가 모든 법과 비판 위에 군림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어산지가 내부의 정당한 소통 요구를 거부하고 극단적인 헌신만을 강요하면 그동안 이룬 영웅적 평판도 상실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도 덧붙였다.
그는 "어산지의 후원자로서 그동안 보냈던 신뢰가 실망으로 변했다"며 "위키리크스의 취지가 성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을 요구하는 피해여성의 권리를 차단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칸이 어산지를 공개 비판하고 나선 데는 위키리크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둘러싼 불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여했던 칸은 균형감을 유지를 위해 어산지에게 비판적인 내용도 과감히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어산지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산지가 "공정한 다큐라면 어산지 홍보영화가 돼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고 전했다.
어산지는 이 같은 독선적인 행동으로 설립 초기 협업했던 언론인들을 비롯해 변호사, 출판사 등 후원자 가운데 다수와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칸을 비롯해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와 켄 로치 등은 어산지의 망명 피신으로 영국 법원에 대납했던 보석금을 몰수당한 바 있다.
어산지는 성폭행 혐의로 스웨덴으로 송환될 위기에 놓이자 지난해 6월 정치적 망명을 선언하며 영국 내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은신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런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