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를린'이 개봉 5일 만에 전국 200만 명을 돌파하며 메가톤급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인기배우들의 열연, 액션의 대가 류승완 감독의 한층 섬세해진 연출 등 '베를린'은 완성도와 오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고루 잡으며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열광하는 것은 종전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액션이다. 관객들은 "할리우드가 부럽지 않다"는 뜨거운 반응을 쏟아내며 작품에 대한 만족도를 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베를린' 액션의 비결은 뭘까. 영화의 액션을 담당한 정두홍 무술감독은 '2P 1S'라고 답했다.
최근 SBS E! 연예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두홍 감독은 "'베를린'의 액션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중점을 둔 3가지 요소는 페인(PAIN), 파워( POWER), 스피드(SPEED)였다"고 밝혔다.
류승완과 정두홍 두 감독은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를 통해 첫 인연을 맺은 뒤 '주먹이 운다', '부당거래'까지 3편의 작품을 내리 하면서 환상적인 복식조로 자리매김 했다. 두 사람이 '베를린'으로 다시 한번 의기투합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실감 나는 액션신 구현이었다.
리얼리티 넘치는 액션을 만들어내기 위한 첫번째 요소는 '고통'(PAIN)이었다. 캐릭터간 육탄전이 많았던 만큼 어떻게 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가하는 고통이 관객에게도 실감 나게 전달될 수 있을까에 가장 큰 중점을 두었다.
정두홍 감독은 "어떤 액션장면이든 제일 아파 보이게 연출하는 게 관건이었다.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저 장면 참 고통스러워 보인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도 아프게 찍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인물들의 액션신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표현하기 위해서 정 감독은 고통이 가장 잘 보이는 각도를 찾았다. 정 감독은 "액션의 전체적인 합을 짜되 강력한 포인트에 방점을 찍는 식으로 액션을 설계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신은 표종성(하정우 분)과 동명수(류승범 분)가 아파트 내부에서 싸우는 신이다. 정두홍 감독은 "방안에서 시작된 액션은 거실과 욕실까지 넘나들면서 길게 이어진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주변에서 무기가 될 수 있는 물건들 이를테면 냉장고 안의 캔, 거실의 전화선, 책상 위의 스테이플러(Stapler) 등을 사용해 점층적으로 서로에게 가하는 고통의 강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 극 중 표종성(하정우 분)이 련정희(전지현 분)와 적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13M 상공에서 떨어지는 유리 와이어 신의 경우도 처음에는 류승완 감독으로부터 "안 아파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하정우는 와이어를 매달고 직접 그 신을 소화했고, 이 역시 영화를 빛내는 명장면으로 완성?다.
두번째 요소는 '힘'(POWER)였다. 두 감독은 파워 있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북한의 격술을 적극 사용했다. 격술은 북한 특수부대들이 익히는 군대 무술로 일본의 가라데를 기초로 하여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무술은 강렬한 파워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을 구사해 상대방을 제압한다.
정 감독은 "표종성은 북한의 특수요원이기에 자연스럽게 북한 격술을 구사하도록 했다. 파워있는 발차기가 포인트인 격술에 여러가지 동작을 섞어서 힘있는 무술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세번째 요소는 '속도'(SPEED)였다. 앞서 설명한 2P는 가공할만한 스피드가 붙으며 더 화려하게 표현될 수 있었다. 정두홍 감독은 "속도감은 시나리오 그 자체를 잘 살리는 것만으로도 획득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의 흐름에 따라, 각 인물이 맞닥뜨리는 상황에 맞춰 액션을 짜다 보니 스피드는 자연스레 따라왔다"고 전했다.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촬영된 카체이싱 신은 '베를린'의 스피드 넘치는 액션의 진수를 볼 수 있는 명장면이다.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표종성은 달리는 차량에 들러붙는 위험을 감수한다. 이 장면을 위해 하정우는 달리는 차 밖에서 액션 연기를 했고, 정두홍 감독은 차의 상부에서 직접 스턴트를 했다.
류승완과 정두홍 감독은 서로 '악마'라고 칭한다. 서로의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하게 연구하기 때문이다.
정두홍 감독은 "우리는 알고 보면 액션 스타일도 완전히 다르다. 류 감독은 홍콩 액션 키드고, 나는 할리우드 액션 키드"라면서 "그러나 다른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맞춰가는 과정에서 시너지가 나는 것이다. 스타일이 같으면 한가지 색만 날 텐데 아주 다른 두 스타일이 합쳐지면서 여러 가지 색깔이 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베를린'의 할리우드급 액션은 두 지독한 악마의 견제와 균형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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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