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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야, 대통령 비판할 자격 있나?

남승모 기자

입력 : 2013.01.30 13:52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말 특별사면을 놓고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핵심은 대통령 측근 사면이다. 여야 정치권은 임기말 측근 사면은 사면권 남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심지어 현 정부 일에 대해 발언을 자제해왔던 박근혜 당선인까지 직접 나서면서 신·구 권력 간 갈등 양상으로까지 비화됐다.

정치권은 물론, 차기 정부까지 나섰지만 이들은 끝내 청와대의 특별사면을 막지 못했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말에 제대로 반박하지도 못했다. 박근혜 당선인측 핵심관계자 역시 "사면 자체가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에 의견을 밝히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말 사면권은 통제 불가능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인가?

◈ 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맞다. 사면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것도 아예 헌법에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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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조
①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②일반사면을 명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③사면·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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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말은 바로 이 79조에 근거한다. 특히 1항에 규정된 특별사면의 경우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 동의도 필요없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있다. 79조 전 조항에 입법부의 견제장치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면을 하는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모두 국회의 통제를 받게 돼 있다.

먼저 일반 사면은 2항에 명시된대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사후 통제다. 반면 1항의 특별사면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사전 통제다. 일반사면이든 특별사면이든 행사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모두 국회의 통제에 따라야 한다.

◈ 정치권, 대통령 비판 자격 없다

이번 사면에는 대통령의 측근들이 포함됐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55명 특별사면 대상자 가운데는 전직 국회의원을 포함해 여야의 정치인들도 10여명이나 포함됐다.

정치권은 대통령 측근의 특별사면에 대해서는 사면권 남용이라고 비판했지만 정작 정치인 사면에 대해서는 여도 야도 입을 다물었다. (정치권이 직접 언급하지 않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치권은 정치인 사면을 일종의 사회통합이나 화해 차원의 통치 행위로 인식하는 듯하다.

하지만 정치권이 대통령에게 들이댄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의 잣대로 보자면 측근 사면 만큼이나 정치인 사면도 말이 안되긴 마찬가지다. 흔히 타 진영 정치인을 사면해주는 것은 대화합 차원의 결단처럼 여기는 풍조가 있는데 이는 군주시대에나 가능한 발상이다.

군주나 독재자가 은사(恩賜)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탄압한 신하나 정치인을 풀어주는 것이라면 그렇게도 볼 수 있겠지만 민주국가에서 비리나 부정 부패 등 실정법 위반으로 처벌된 사람을 풀어주는 것은 사회통합이나 대탕평과는 무관하다. 그저 특권층 간의 봐주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민주국가에서 사면권의 핵심은 무엇인가? "재판의 절차상 도저히 그럴 수밖에 없어 확정 판결을 하긴 했지만 실정법상 굉장한 모순이 있을 때다고 판단될 때 이를 교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는 게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재판이 잘못됐을 때 그것을 교정하는 방법이 사면이며 이는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 대통령 고유권한이라 통제 불능?

앞서 살펴봤듯이 대통령의 사면권은 입법부의 통제를 받게 돼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특별사면도 사면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만 가능하다. (☞용어설명 : 특별사면은 '죄 또는 형의 종류'를 정해 '대통령령'으로 실시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정한 사람'에 대해 '대통령'이 실시한다)

사실 특별사면은 이번 정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역대 정권마다 권력자의 측근과 대기업 총수, 비리 정치인의 특별사면이 도마에 올랐다. 정치권이 정말 특별 사면을 막을 생각이 있었다면 사면법을 고쳐 얼마든지 못하게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지난 5년 동안에도 이렇다 할 사면법 개정에 나서지 않았다. (물론 현 정부 들어 사면법을 개정해 법무부 소속의 사면심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긴 했다. 하지만 역시 실효성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 개정에 나설 마음이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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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면권 남용 막을 방법은?

그렇다면 사면권 남용을 막고 동시에 합리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임지봉 서강대 교수의 설명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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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면권 행사를 합리화할 수 있는 방법은 헌법 개정이나 사면법 개정이다. 미국 헌법은 탄핵을 받은 피탄핵자는 사면을 할 수 없음을 명문규정으로 못 박고 있다. 장래에 개헌을 한다면, 이러한 사항도 깊이 고려해야 한다.

사면법 개정에서는, 사면이 사법부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측면이 있는 만큼 핀란드처럼 사면결정을 하기 전에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을 필요가 있다.

또한 헌정질서파괴범이나 반인륜범 등에 대해서는 절대 사면이 안 되게 사면배제조항을 사면법에 두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프랑스도 반인륜범죄, 테러범죄 등에 대해 사면배제를 사면법에서 명기하고 있다.

사면법에서 사면기간을 제한할 수도 있다. 유기징역의 경우 형기의 반 이상이 경과하기 전에는 사면을 할 수 없게 하는 식의 제한을 두는 것이다. 이런 법조항이 있으면 몇 달 복역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기대하고 재판의 항소나 상고를 일부러 포기하는 진풍경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헌법과 법의 통제 밖에 있는 권한이란 있을 수 없다. 사면권도 그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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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켜봐야 할 사면법 개정 약속

이번에도 특별 사면 계획이 알려지자 여야는 한 목소리로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뒤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 고유권한'을 핑계로 동료 정치인들의 사면을 눈감아줬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야가 사면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등 산적한 정치 현안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사면법 개정이 정치권의 약속처럼 진행되는지 유권자인 국민이 두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