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용감한 녀석들‘이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다.
지난 1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2월 23일 '개그콘서트'의 '용감한녀석들' 코너에서 개그맨 정태호가 박근혜 당선인에게 발언한 내용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예의와 방송의 품위 유지'라는 차원에서 다소 부적절했다고 판단, '방송법' 제100조 제1항에 의거 향후 제작 시 유의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정태호는 “드디어 18대 대통령 당선인 됐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며 “이번에 대통령이 된 박근혜 님 잘 들어. 당신이 얘기했듯이 서민들을 위한 정책, 기업들을 위한 정책, 학생들을 위한 정책, 그 수많은 정책들 잘 지키길 바란다. 코미디는 하지마. 우리가 할 게 없어. 나랏일에만 신경 쓰길 바란다.”며 특유의 거친 말투와 유행어로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풍자와 해학을 통해 시청자에게 웃음을 제공하는 해당 프로그램의 특성과, 대선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버전으로 동일한 내용을 녹화한 후 편집하여 방송한 점을 감안할 때, 발언내용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정치 풍자’라 함은 정치권의 부조리나 과오 등을 (다른 것에) 빗대어 폭로하고, 이를 통해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아직 국정을 시작하지도 않은 ‘대통령 당선인’을 대상으로 ‘훈계’ 조로 발언한 것을 두고 바람직한 '정치 풍자'라 보기는 어렵다.”고 의견을 전했다.
용감한 녀석들이 정치적 발언 때문에 홍역을 치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시청자들 9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정태호의 발언을 선거법 위반행위로 신고했다.
당시 정태호는 “약점을 찾기보다 국민을 바라보라.”고 일침을 가하는가 하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의 이름을 차례로 언급하며 "어젯밤 꿈에 대통령이 된 사람이 나왔다"는 말로 궁금증을 유발한 바 있다. 이 방송을 본 시민 중 몇 명은 이 방송에 대해 "입모양으로 특정 후보를 지칭했다"면서 선거법 위반행위로 선관위 온라인 홈페이지에 신고하는 촌극이 일어났다.
결국 선거법 위반 신고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선관위 측은 “신고가 들어왔지만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선거법 위반은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공식 밝힌 바 있다.
용감한 녀석들이 민감한 발언으로 자주 구설에 휘말리면서 코미디의 핵심인 자율성과 통쾌한 개그도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달라는 요구 만큼 많은 이들이 통렬한 풍자와 해학으로 공감대를 이끌어달라고 응원하고 있기 때문.
방통심의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시청자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얘기 말고 진정성 있는 웃음을 달라.”, “용감한 녀석들이 시청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나.”, “위축되지 말고 당당하게 개그하라.”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