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기사는 극중 고남순의 캐릭터의 시점으로 작성된 가상 편지입니다.
강쌤(강인재·장나라 분)과 정쌤(정세찬·최다니엘 분)의 마지막 종례를 끝으로 2학년 2반을 떠납니다. 2학년 2반. 지금은 이렇게 모두 한반에서 웃고 있지만 돌이켜 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승리고에서 2학년을 시작할 때 저에게 학교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다닐 이유도 없지만 그만둘 이유는 더 없는. 그래서 조용히 묻혀서 졸업하기만을 바랐던 곳이었습니다. 경기도 일대를 주름 잡는 일진 짱이었던 과거를 아이들은 몰랐으면. 절대 모르길 바랐습니다.
일진짱 오정호(곽정욱 분)가 강쌤에게 대들 때도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었지만 여러 번 참았습니다. 그 녀석이 휘두르는 주먹도 그래서 피하지 않았고요. 나서느니 차라리 빵셔틀이 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영우(김창환 분)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 저도 숨어있을 수만은 없었고, 결국 아이들이 제 비밀을 조금씩 눈치 채는 듯 보였습니다.
조용히 묻혀 살고 싶었던 제 생활에 변화가 온 건 박흥수(김우빈 분)의 등장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봤는데도 여전히 반항기 어린 눈빛 속에 숨어 있는 장난기는 제 친구 흥수가 맞았습니다. 녀석에게 너무 큰 빚을 졌기에 전 떠나려고 했습니다.
화해도 사치라고 생각했습니다. 흥수는 저를 보는 게 힘들었나 봅니다. 차라리 복수라도 해달라고 했지만 안타깝지만 저에겐, 흥수의 축구 같이 그렇게 소중한 게 없네요. 녀석의 전부였던 축구를 빼앗은 저이기에 해줄 수 있는 게 사라져 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어렵게 화해를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겠지만 우리 둘은 친구였습니다. 여전히 큰 마음에 빚을 졌지만 저는 과거 흥수를 떠났을 때처럼 다시 도망치는 것보다 흥수의 곁에 남아서 오랫동안 친구가 되어 주기로 했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참 특이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비밀도 많았고요. S대가 인생의 목표인 송하경(박세영 분)과 성적보다는 성격이 짱인 이강주(효영 분) 절친한 친구사이입니다. 하경이는 특목고를 가지 못했다며 학교를 속이고 학원을 다닙니다. 논술 시험 때문에 강주와 티격태격하기도 합니다. 저로선 이해할 수 없지만 확실한 건 하경과 강주의 우정은 세상이 정해놓은 시험과 성적이라는 굴레를 뛰어넘을 정도라는 거죠.
김민기(최창엽 분)도 누구보다 심한 성장통을 겪었습니다. S대 진학에 로스쿨 등 인생의 진로를 정답대로 짜놓은 어머니한테 벗어날 수 있는 일은 대학진학 뿐이라며 버티지만 대학도 그런 압박에서 벗어날 답이 못된다는 걸 알고 민기는 좌절합니다. 학교의 옥상에 올랐죠. 강쌤이 없었다면 민기는 목숨을 구하지 못했고 또 꿈을 지키지 못했을 겁니다.
이렇게 다양한 아이들이 한 데 어울릴 수 있는 데는 끝까지 학생들 편에 서줬던 강쌤과 정쌤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학생들에게 한걸음 다가와주는 강쌤. 수업거부까지 했던 우리들을 다시 한번 안아주셨습니다. 진짜 학교 떠나실까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그리고 정쌤. 차가운 말투지만 저흰 알고 있었습니다. 틀린 말은 없었다는 걸요. 위기의 순간마다 끝까지 구해주셨던 정쌤이 우리의 다크호스였습니다. 체벌 동의 각서 없이는 사랑의 매조차 들 수 없고 학교 폭력 얘기가 나오면 선생님만 욕하기 바빴던 세상에. “선생님들도 죄가 없다”고 자신있게 외치고 싶은 두 분이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오정호를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첫날부터 골칫덩이더니 강쌤과 정쌤을 참 많이도 괴롭혔죠. 하지만 전 압니다. 오정호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자격지심을요. 그래서 사고치고 ‘죄송합니다’ 한마디 못하는 걸요. 그래서 오정호를 미워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지훈(이지훈 분)과 이경(이이경 분)이 옆에 있다는 게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결국 정호는 마지막 종례를 함께 하지 못하고 승리고를 떠났습니다.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겠지요. 하지만 “나쁜짓은 하지 않을게요.”라던 정호의 말을 응원합니다.
2학년 2반을 떠나게 되니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게 되네요. 저도 흥수도, 학교를 떠난 정호도, 공부밖에 모르던 하경이도. 그리고 정쌤과 강쌤 역시 말입니다. 학교가 우리가 대학가기 전 필요한 기초를 쌓는 곳이 맞아요. 하지만 그보다는 서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었다는 점 꼭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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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