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과거행 타임머신에 몸을 실었다. 불멸의 명작 소설이나 세대를 막론하고 사랑받고 있는 고전 동화 속에서 소재 고갈의 해법을 찾고 있다.
충무로와 마찬가지로 할리우드도 창작 시나리오의 부재에 빠진 것이 사실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모두 끌어다쓰며 '꿈의 공장'이라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반대로 소재의 장독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할리우드는 소재 고갈의 돌파구로 3D와 아이맥스 영화 등 신기술을 앞세운 블록버스터의 제작과 탄탄한 이야기를 자랑하는 명작 소설과 고전 동화의 영화화 및 리메이크에 눈을 돌리고 있다.
두 가지 큰 흐름 중에서도 눈에 뛰는 움직임은 후자다. 명작 소설이나 고전 동화는 흥미로운 소재와 탄탄한 이야기 등 이미 검증된 카드다. 때문에 할리우드는 이 먼지 쌓인 책들에서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를 찾았고, 내용은 같지만 포장은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고전의 현대화는 할리우드의 신기술과 만나 가능할 수 있었다. 최근 대표적인 작품은 '호빗:뜻밖의 여정'(J.R.R. 톨킨 원작)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통해 판타지 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피터 잭슨 감독은 그 보다 더 과거의 이야기에 눈을 돌렸다.
프로도가 여정을 떠나는데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삼촌 빌보의 과거에 주목한 '호빗'시리즈는 '반지의 제왕'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신기술인 HFR 3D(High Frame Rate 3D)로 완성했다. HFR은 초당 48프레임(현재 통용되는 표준 포맷은 초당 24프레임)으로 영상을 구현한 것으로 사람들의 눈이 실제 사물을 바라보는 것과 매우 가깝게 만든 기술이다.
고전동화를 소재로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움직임도 계속 되고 있다. '유주얼 서스펙트'와 '엑스맨' 시리즈로 유명한 브라이언 싱어는 동화 '잭과 콩나무'를 모티브로 '잭 더 자이언트 킬러'를 선보인다. 이 영화는 고전 동화의 기본 설정에 거인들과 인간들의 전쟁으로 규모를 키웠고, 아이맥스 3D로 개봉할 예정이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스타 감독 샘 레이미는 '오즈의 마법사'에 눈길을 돌렸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이라는 제목의 신작은 L. 프랭크 바움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 마법사 오즈가 위대한 마법사 오즈가 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그린다. 판타지 장르를 표방하는 만큼 이 작품의 기술력 구현도 주목해볼 만하다.
문학 소설을 재해석하는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이 영화들도 역시 3D라는 첨단 기술을 등에 업었다. 이안 감독은 소설가 얀 마텔이 쓴 '파이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이 소설은 흥미로운 소재 때문에 많은 감독들이 눈독을 들였다. 그러나 방대한 이야기를 시각화 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일찌감치 손을 뗐다. 이안 감독은 '라이프 오브 파이'로 생애 최초로 3D 영화에 도전했고 우리가 종전까지 봐왔던 3D 작품에서 한 차원 진화된 결과물을 내놓았다.
20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캐츠비'도 리메이크 돼 제작중이다. 원작의 탄탄한 완성도 때문에 이미 몇 차례나 영화화된 바 있지만, 이번에는 때깔이 다르다. '물랑루즈'의 바즈 루어만이 메가폰을 잡고, 할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영국 출신의 연기파 배우 캐리 멜리건이 호흡을 맞췄다. 게다가 이 불멸의 명작은 바즈 루어만의 참신한 시각에 의해 3D로 재탄생된다.
영화평론가 곽영진 씨는 할리우드의 이같은 흐름에 대해 "제작자 측면에서는 소재 고갈을 타파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인 동시에 원작의 인지도와 유명세를 안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것 같다. 관객의 측면에서도 원작이 어떻게 각색이 되고, 얼마나 새로워졌냐에 호기심을 가지고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트렌드는 우려 요인도 적잖다고 말했다. 곽영진 씨는 "새로운 시각이나 해석 없이 기존의 것은 우려먹으려 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 무분별한 3D 남발 역시 경계해야 한다. 팀 버튼 감독이 연출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경우 각색도 미숙했고, 3D 기술 구현 역시 기대 이하였다"고 평가했다.
ebada@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