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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 많은 끼어들기 단속카메라가 모두 깡통

최우철 기자

입력 : 2013.01.25 09:34


서울에서 끼어들기를 하지 않고 약속시간을 지키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실 저도 가끔 끼어들기의 유혹에 무너질 때가 많습니다. 불법엔 대가가 따르는 법이어서, 끼어들기를 하고 단속 CCTV를 올려보고선 후회를 할 때가 많죠. 저만의 얘기는 아닐 겁니다.

그런데, 안심(?)하실만한 소식 하나 전해드릴까요? 전국의 모든 끼어들기 단속용 CCTV는 아예 녹화되지 않거나, 빈 테이프만 돌리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의 운전자라면 누구나 '끼어들기 다발지역'을 알고 계실 겁니다. 제가 아는 곳은 퇴근길 강변북로에서 성산대교로 접어드는 길입니다. 서행하는 차량행렬은 5백 미터가 넘는데, 조금이라도 틈새만 보이면 끼어드는 차량이 부지기수입니다. 얌체끼리는 상부상조도 합니다. 끼어드는 차 뒤에 붙더니, 90도로 꺾어 비집고 들어가는 차도 흔히 눈에 띄죠.

비교적 한가한 평일 오후엔 한남동 한남대로 육교만큼 끼어들기가 극성인 곳도 없습니다. 왕복 12차선, 뻥 뚫린 한남 대로를 관찰카메라로 들여다봤습니다. 이곳은 서울 강남으로 넘어가는 차량이 워낙 많아서 아예 3차로를 끼어들기 용 차선으로 허용해 둔 곳입니다. 하지만, 끼어들기 올림픽이라고 할만큼 갖가지 수법을 보여주는 얌체족으로 넘쳐납니다. 20분만 지켜봐도 무려 아흔 대의 ‘악질 얌체’를 적발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3만원 씩 과태료를 매긴다면 1시간 만에 810만원의 세수를 올릴 수도 있는 곳입니다.

끼어들기는 운전자만의 잘못일까. 취재를 하면서 끼어들기를 조장하는 도로 환경은 아닌지 곳곳을 확인해 봤습니다. 서울 전체 도로를 돌아다닐 수 없어, 서울지방경찰청이 소통상황을 확인하는 데 쓰는 CCTV 3백여 대를 거의 다 들여다봤습니다. 제 결론은 끼어들기는 얌체의 문제이며, 단속이 없는 한 얌체는 진화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몰라서 끼어드는 초행길 운전자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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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어들기를 CCTV로 단속하는 건 기술적으로 가능합니다. 경부고속도로 과천 방향 진출로에선 이미 단속이 가능한 CCTV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카메라가 좀 많이 필요하긴 합니다. 100미터 구간에 CCTV 넉 대를 배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넉 대 모두 찍힌 차량은 위반으로 보지 않고, 마지막 CCTV에만 찍힌 차는 끼어들기 차량으로 간주해 과태료를 매기는 겁니다.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와 국토해양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끼어들기 단속 CCTV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주무 관청인 경찰청이 6년째 시행하려다 좌절돼 온 해결책입니다. 숙원사업이 6년 만에 해결되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내막은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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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로 끼어들기를 자동 단속하려면, 도로 교통법을 고쳐야 합니다. 지난해 6월에야 의원입법으로 개정안이 처음 마련됐지만 해당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는 아직도 검토조차 안 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 정부 발표를 믿고 추진상황을 보도하려던 저는 좀 허망해 졌습니다. 국토부와 경찰청에 ‘왜 그 땐 당장 해가 바뀌면 시행할 것처럼 발표 했냐’고 물었습니다. 작년 6월 법안이 발의됐으니, 올 상반기쯤엔 규정이 마련될 줄 알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그많은 CCTV가 6년째 실험용이었으니, 사진 찍혀 과태료 낼지 모른다는 걱정은 버리셔도 됩니다. 하지만, 올해 안에는 사정이 달라질 걸로 봅니다. 준비는 끝났기 때문이죠. 법안이 통과만 돼 준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