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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달수 "'신스틸러'라는 표현, 경박하다"

김지혜 기자

입력 : 2013.01.24 11:57|수정 : 2013.01.24 11:57


한국 영화 관객들에게 이웃 사람만큼이나 친근하게 다가오는 배우가 있다. '미운 오리 새끼', '도둑들', '알투비', '공모자들', '자칼이 온다'까지 2012년에만 무려 5편의 영화를 선보였던 배우 오달수다. 그는 2004년 '올드보이'로 관객들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된 이래 10여 년간 꾸준히 영화를 선보여 왔다.

우연치 않게 촬영했던 작품들의 개봉이 한해에 몰리면서 다작배우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그는 늘 그 자리에서 성실하게 자신의 연기를 해왔을 뿐이다.

오달수는 1300만 명이 본 '도둑들'에 출연하기도 했고, 20만 명이 본 '미운 오리 새끼'에도 출연했다. 영화의 규모와 이야기의 소재에 상관없이 끌리는 작품이라면 어디든 출연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그가 선택한 작품은 이환경 감독의 '7번방의 선물'이다. '7번방의 선물'은 6살 지능의 '딸바보' 용구와 평생 죄만 짓고 살아온 7번방 패밀리들이 외부인 절대 출입금지인 교도소에 용구의 딸 예승을 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휴먼 코미디다. 오달수는 이번 영화에서 조직폭력배에서 목사로 변신하는 '소양호' 역할을 맡아 따뜻한 연기를 펼쳤다.
이미지"'7번방의 선물'은 읽자마자 필(feel)이 왔다. 시나리오도 결국은 문학이라 나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문학적인 힘을 중요시한다. 울리든 웃기든, 기쁘든, 슬프든 그런 정서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고 본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아주 좋았고, 내 캐릭터도 만족스러웠다.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무척 고마웠다"

오달수는 이번 영화에서 비슷한 나이대, 비슷한 뿌리를 가진 배우들과 대거 출연했다. 류승룡, 박원상, 김기천, 정만식, 김정태 등은 대부분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절묘한 캐스팅'이었던 것이다.

"절묘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큰 소리 한번 안내고 즐겁게 촬영을 마쳤다. 사실 영화를 찍다보면 크고 작은 갈등과 문제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오달수는 지난해 코미디(자칼이 온다)와 스릴러(공모자들), 블록버스터(알투비, 도둑들), 저예산 영화(미운 오리 새끼)등 장르와 사이즈에 상관없이 다양한 영화를 했다. 대중들이 '오달수'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희극적 이미지에 머물러 있지 않고,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살벌한 연기를 펼쳤던 '공모자들'의 '경재'는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그는 작품을 보는 첫번째 기준으로 시나리오를 꼽았다. 오달수는 "우선 책(시나리오)이 재밌는가를 본다.  감독이 누구인지, 주연 배우는 누구인지는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다. 시나리오만 마음에 든다면 나머지 사항들이 조금 불만족스럽다고 해도 출연을 강행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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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는 탄탄한 연기력, 투철한 프로정신으로 충무로에 정평이 나있다. 이는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들이 번번이 작품을 할 때마다 그를 캐스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오달수는 "아무래도 편할 테니까. 디렉션에 대한 이해나, 연출 및 연기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에 불러 주시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타고난 연기자처럼 보이지만 오달수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특별한 꿈이 없었다는 그는 대학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러나 전공에 대한 애착이 없었던 그는 출석 미달로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 21살 무렵, 우연한 기회에 극단에서 연기를 하는 사람을 보게 됐고 자연스러운 끌림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밤새워 연기 연습하고, 집단생활을 하고,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어떻게 보면 남루한 삶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일하는 모습이 아름다워보였다. 가내수공업에 가까운 일을 하면서, 공산품이 아닌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아마도 창조자적인 면모를 존경했던 것 같다"

오달수는 10여년이 넘는 시간을 연극만 하면서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연극 배우 출신의 배우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경제적 고통, 연기 포기 위기 등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연기를 포기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접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유혹의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때마다 '이 매력적인 걸 왜 그만둬? 바보 같은 짓이지'라고 바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힘든 순간들을 있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술값은 생기고, 적게나마 관객은 찾아오고, 그런 과정 속에도 포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 달에 단돈 몇 만원을 벌었을 때도 관두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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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무로의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두고 '신스틸러'라는 표현을 공공연히 사용하고 있다. 이 표현에 대한 견해가 궁금했다. 그는 이 질문에 있어서 단호하게 답했다.

"솔직히 '신스틸러'라는 말 차제가 경박하고 천박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이 표현이 배우를 지칭하는 말로 적확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기자 분들이 독자들을 위해서 자극적인 단어를 쓰는 것을 이해는 한다. 그러나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가 말하는 '경박함'이라는 것은 배우의 연기를 특정 신(SCENE)안에서 평가하고 규정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다. 오달수는 배우는 '정신노동자'라고 규정했다.

오달수는 최근 '나의 파파로티'의 촬영을 마치고 숨을 고르고 있는 상태다. '7번방의 선물'에 이어 '나의 파파로티'가 개봉하고 나면 당분간 개봉작이 없다. 지난해의 숨 가쁜 행보를 생각하면 휴식이 고플 만도 하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나는 쉬는 성격이 못된다. 많은 배우들이 작품을 끝내고 나면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해 여행을 가기도 하고 의미 있는 시간은 갖는데 나는 일주일도 쉬기 힘들더라. 일해야지. 3월말부터 송강호 씨와 함께 '변호인' 촬영을 시작한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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