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습니다. 중수부는 없어져야 하는지.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살면서 검찰과 법원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사람들에게.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일반인,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언론인, 변호사, 판사 그리고 검사까지 말이지요. 없애야 한다는 답도, 안된다는 답도 있었습니다.(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진짜 궁금했던 건 이유였습니다. 중수부가 "왜" 없어져야 하는지, "왜" 있어야만 하는지. 폐지 혹은 존치에 대한 말들은 많지만 이유와 근거를 설명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니까요. 자신의 입장과 주관을 갖는 것 중요하겠습니다만, 선택에 앞서 내용을 깊이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읽어보시고 함께 고민해 보시지요.
@ 일반인 "정치 검찰이 싫다"
"대검 중수부는 전두환 시절에 국가를 통제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라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중수부가 해 온 사건들을 보면 정치적인 시비가 많이 일지 않았나요? MB 정권 뿐 아니라 다른 정권에서도 정치적인 수사를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면 어떤 수사요?)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도 그렇고, 미네르바나 PD수첩, 용산참사 같은... (노 前대통령 사건 말고는 중수부가 한 게 아닌데요?) 그런가요? 허허. 뭐 어쨌든 그건 잘 모르겠는데, 중수부는 정치적인 수사를 해 온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중수부를 대체할 다른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답변의 핵심은 "검찰이 심히 정치적인 조직이고, 그 정점에 중수부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사건이 문제가 있었는지 사례를 명확히 대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춰 놀아나는 검찰을 혼내야 한다는 요지는 비슷했습니다. 검찰 기능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담겼다기 보다는, 검찰의 잘못을 벌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보였습니다. 검찰에 대한 이런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 대선 후보들이 공히 중수부 폐지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 시민단체 "힘을 분산해야 한다"
"정치적 논란의 핵심에 항상 중수부가 있었습니다. 중수부는 검찰권 남용의 핵심부서라고 할 수 있지요. 특수수사는 지검에서 수행하든지, 외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같은 기구를 만들어서 그 역할을 대신 하도록 만들면 된다고 봅니다. 중수부는 직접 수사기능도 있지만, 특수수사들을 지휘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하지요.
그러니까 중수부를 폐지하면 지검별로 수사에 대한 권한이 분산되지 않겠습니까? 검찰이 특수수사를 일괄해서 수사 시기나 시점 들을 일괄해서 통제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수사가 되는 것 아니겠어요? 정치적 판단에 따라서 죄가 안되는 것도 기소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외부적 수사기관을 만들어 특수수사의 권한을 분산시키면, 무리한 수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수부 폐지와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조직 신설을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검찰의 힘을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중수부를 없애서 검찰의 힘을 빼고, 동시에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지요. 새 기구를 만들면서 초기에 생기는 혼란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런 혼란을 감수하더라도 새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일반인들 보다는 논거가 비교적 자세했습니다만, 검찰 조직의 기능이나 생리에 대해서는 이해가 깊지 않은 것 같단 느낌이었습니다. 단적으로 중수부의 지휘기능만을 놓고 보자면, 중수부가 없어진다고 대검 차원에서 전국의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기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문제제기의 요지는 알겠는데, 현실성이나 세밀함은 좀 떨어져 보였습니다.
@ 로스쿨 교수 "정치 검사 양성소"
"대검 중수부는 정치 검찰의 상징이었습니다. 정치 검찰의 허브역할을 했다고 할까요. 정치 검사들을 양산하는 통로가 되기도 했고, 승진을 위한 로얄로드가 되기도 했지요. 없어지는 게 맞다고 봅니다. 대검의 지휘기능도 가능하면 축소해 대검 조직 자체를 슬림화 해야합니다.
(대검의 직접 수사는 왜 반대하시나요?)
기본적인 검찰 구조하고도 맞지 않거든요. 지검에서 수사를 하는 게 맞습니다. 중수부는 검찰총장의 하명사건을 수사하는 곳입니다.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수사하는 것처럼 오해하는데, 사실은 하명사건을 주로 합니다. 절차적, 형식적, 방법적인 통제가 전혀 없지요.
(중수부 폐지로 생기는 수사공백은 어떤가요?)
허허. 그게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검에서도 충분히 수사할 능력이 됩니다. 능력이 안되면 사람들을 파견하면 됩니다. 수사가 개시된 곳에 특별수사부를 만들 수 있도록 해 주면 되는 거지요.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중수부가 가지고 있는 수사 능력이라는 것은 중수부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지검에서 다 가질 수 있는데, 중수부가 독점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검찰 개혁에 있어 중수부 폐지가 차지하는 비중은요?)
이것이야말로 검찰 개혁을 향한 문을 열어 제끼는 것입니다. 첫 단계라고 할 수 있지요. 중수부를 폐지하지 않고는 검찰개혁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부분인 셈이지요."
중수부가 총장의 하명사건을 수사하는 곳이라거나, 지검에서도 중수부급 수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의 근거는 다소 부족해 보였습니다. 학자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검찰 내부의 생리나 조직의 특성을 정확히 꿰뚫고 있지는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요지는 간단했습니다. "검찰이 정치세력화 되었다. 그래서 싫다." 애석하게도 이 말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정의로운 검찰'이란 말이 뻘쭘한 구호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뭔가 단단히 잘못됐으니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동감합니다. 그런데 제 질문의 취지는 '그게 왜 중수부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중수부가 검찰 개혁의 핵심이냐는 말과도 같지요.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만.. 속 시원한 답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분들에게 물었습니다. 변호사, 판사, 검사. 현직 법조인들의 생각은 어땠을까요? 다음 편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