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생기면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상식이죠? 만약 주식투자를 잘못해서 연봉 절반 수준의 빚이 생겼는데도 정신 못 차리고 계속 명품가방을 사들이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여기, 등 뒤로 쌓이는 빚은 나 몰라라 하고 계속해서 지갑을 열어대는 기관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돈이 모두 국민들의 세금이라는 겁니다.
용인시의 호화청사 건축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한다고, 이미 수차례 호화시청과 구청 건립으로 비난을 받아온 용인시가 또 일을 저질렀습니다. 이번에는 동주민센터입니다.
지난 2006년 1,628억 원을 들여 만든 용인시 청사는 정부중앙청사보다 큰 규모였습니다. 겉만 번지르르하지 알맹이가 없다는 시민들의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용인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2011년 수지구청을 만드는 데 866억 원을 썼습니다. 웬만한 시청 건물보다 큰 규모입니다. 그리고 2013년 지금, 용인시는 1,244억을 들여 동주민센터 8개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중에는 4백억 원이 넘는 사업비가 책정된 곳도 있습니다. 여러분, 상상이 되십니까? 동사무소 하나 짓는데 4백억 원을 넘게 쓴다니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용인시민체육공원. 3,227억 원을 들여 작년부터 짓고 있는 대형 경기장입니다. 도민체전 유치를 위해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프로야구 구단 유치를 위해 만들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결국 두 계획 모두 수포로 돌아간 상황에서 인구 91만 명의 도시가 3만 7천명 규모의 대형 경기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2011년 개장 이후 국제경기를 단 두 번밖에 유치하지 못 한 경기도 화성 시립경기장의 전철을 밟을 거란 우려가 나올 만합니다.
이 밖에도 복지센터, 노인회관, 보훈회관 등의 시설이 새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이들 역시 필요 이상의 시설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올해 3월 착공 예정인 기흥구 보정종합복지센터에는 573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됩니다. 지하 2층, 지상 4층의 센터에는 동주민센터, 어린이집, 실내수영장, 청소년 문화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이 있습니다. 반경 2킬로미터 안에 공공수영장만 두 개, 민간수영장도 한 개 운영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미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여러 곳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지비가 많이 드는 수영장을 굳이 신축시설에 또 포함할 이유가 있을까요?

적어도 제가 취재하면서 만나본 용인시민들은 시의 재정운용에 불만이 많은 눈치였습니다. 주민편의시설을 늘린다는데 왜 반기지 않는 걸까요? 시민들은 한결같이 ‘경전철’ 얘기를 꺼냈습니다. 사용하지도 않는 경전철 때문에 이미 수천 억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시가 계속 정신 못 차리고 돈을 쓰고 있는 게 한심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용인시 경전철은 이미 돈 먹는 하마로 유명합니다. 3년 가까이 기지에 갇혀있던 경전철은 얼마 전에서야 시범운행을 시작했습니다. 용인시에 가보니 아무도 타고 있지 않은 경전철이 외로이 선로 위를 움직이고 있더군요. 용인시는 2004년 사업계획 당시 하루 평균 16만여 명의 이용객을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경기개발연구원의 검증으로 하루 평균 이용객이 3만 여 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용인시는 민간 투자사에 7787억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지방채를 발행했습니다. 총사업비만 1조 원이 넘게 들어갔는데, 빚더미만 남긴 채 홀로 주행하고 있는 경전철을 보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은 얼마나 답답할까요.

현재 용인시의 지방 채무는 6,986억입니다. 거기에 민간투자사업 부담액 1조 3천억여 원과 용인도시공사 채무 2천억여 원까지 더하면 용인시와 산하 기관의 부채는 2조 2천억 원이 넘는 실정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용인시청 관계자들은 태평한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만나본 두 명의 사업 담당 공무원은 “우리는 필요한 사업만 하는 것이다.”, “빚이 있다고 해서 아무 사업도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말만 반복하며 변명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용인시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이 그렇게 무리한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반응이었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돈이 많아서 이 정도 부채로 흔들리지 않는다고 자랑까지 하더군요. 실제로 용인시는 예산이 많고 재정자립도가 높은 편입니다. 연간 예산이 1조 2천억 원을 넘고 그 중 지방세를 포함한 자체재원이 8천억 원을 넘습니다. 재정자립도는 63.8%로 다른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 높은 편에 속합니다. 네, 부자 맞습니다. 그런데 그 돈이 용인시청의 돈일까요? 아닙니다. 그 돈은 용인시민들이 낸 세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죠. 이렇게 안일한 생각으로 시민들의 세금을 집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저는 더더욱 이 문제를 보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도가 나간 후, 용인시청은 주민 센터 건립 계획이 ‘주민 의견 반영 사업’ 이라는 반박자료를 냈습니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을 만드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주민센터가 없어 불편을 겪는 시민들을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주민센터를 짓는 게 맞는 일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새로 지어지는 동주민센터들은 기존에 제대로 된 시설 없이 임대 공간을 이용하느라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었던 곳들입니다. 진작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중요한 건 그 규모입니다. 동주민센터 건축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주민들의 의견은 동주민센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겠죠. ‘4백억 원 규모의’ 호화로운 동주민센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누구도 시청, 구청, 동주민센터를 만드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순 없습니다. 정말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빚이 있어도 사야겠지요. 하지만 지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과 적정한 수준을 찾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무턱대고 비싼 것만 고집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거겠죠.
특히 국민의 세금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어디에 얼마만큼의 돈을 쓸 지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그들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위임한 권리를 마치 자신의 것인 양 행사하는 태도, 이제는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