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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윤의 TV꺾기도] 연쇄살인범 ‘해리또각슨’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강경윤 기자

입력 : 2013.01.11 17:14|수정 : 2013.01.11 17:14


아동 성폭력 피해자와 가족의 2차 피해 등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시작한 MBC ‘보고싶다’가 종영을 향해 달리고 있다. 드라마는 애틋한 첫사랑의 14년 만의 재회란 찐득한 멜로가 중심이 되는 듯 했지만, 극 후반부로 갈수록 멜로보다는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서스펜스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이 서스펜스의 중심에는 해리보리슨(강형준·유승호 분)란 인물이 있다. ‘매회 한명씩 죽어나가는’(그것도 살해나 돌연사 등으로) 비극의 조물주라고 하기엔 강형준은 곱디고운 외모를 가졌다. 어린 시절 개에 물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강형준의 또각대는 발소리는 그래서 더 큰 공포를 준다. 인터넷에서 그가 ‘해리 또각슨’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보고싶다’에서 강형준은 비릿한 돈 앞에 어린 시절을 거세당한 비극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또 강형준이 이수연(윤은혜 분)을 구한 뒤 보이는 집착적 사랑 역시 자신의 아픔과 이수연을 아픔을 동일시했기 때문이며, 훗날 강형준이 이수연의 성폭행범과 납치범 강상철, 강상득만을 살해한 동기도 수연을 향한 지독한 애정이자 자기 연민으로 포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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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형준이 보여 온 연쇄살해 행각은 자기연민으로는 포장될 수 없는 사이코패스적 범행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그는 복수가 아닌 자신의 안일을 유지하거나 진실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살인’을 저질러 왔기 때문이다.

수연을 찾으러 온 김성호 형사(전광렬 분)의 자동차의 브레이크 페달에 콜라 캔을 끼워넣어 살해하거나 자신의 어머니 강현주(차화연 분)가 이수연 사건에 가담한 걸 알고 있는 남이사(조덕현 분), 정혜미 간호사(김성경 분) 등을 죽인 것도 모자라서 황미란(도지원 분)까지 독살하려고 시도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강형준은 이수연을 살인 용의자로 덧씌우고 있다.

강형준의 복수가 명분을 가지려면 복수의 칼끝은 한태준(한진희 분)을 향해야 한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그의 분노는 한정우(박유천)와 이수연을 향해 있다. 오히려 강형준은 한태준과 손을 잡는다. 또 임종을 맞게 된 어머니 강현주를 찾지도 않는다. 이런 강형준의 행동은 강형준이 멜로를 지탱하는 한 추가 아닌 살인을 분노의 도구로 대하는 ‘절대 악’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그럼에도 강형준의 행위가 공감대를 이끄는 건 유승호라는 배우가 가진 표현력이다. 유승호는 ‘천사 같은 미소년에서 광기어린 살인자’로 변하는 극단을 연기적인 힘으로 이어왔다. 약을 가지러 온 이수연을 향해 “버리지말라.”며 눈물을 흘리거나 소년시절 자신과 대화를 하는 자아분열적 모습은 강형준이란 극단적 캐릭터마저 이해하게 되는 이음새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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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의 열연에도 강형준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우려는 지울 수 없다. 소름끼치는 연쇄살인이 복수 과정으로 포장되거나 심지어 살인마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극적 전개가 드라마적 상상력을 범주를 벗어나 살인을 미화하는 계기가 될까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 ‘어린시절 풋풋한 사랑을 했던 두 남녀가 불의의 사고로 헤어진 후 운명적으로 만나 숨박꼭질 같은 사랑’이라는 이 드라마의 주제도, 성폭행 피해자의 아픔을 곱씹은 메시지도 자극적인 이야기 구조 속에 희미해진다는 점은 안타깝다.

‘복수’보다는 ‘용서’를 통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한정우 형사가 소름끼치는 강형준의 악행의 종지부를 찍고 애초의 이 드라마 주제를 다시 되살릴 수 있을 지 결말이 기대를 모은다.
이미지사진=MBC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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