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SBS 스페셜 '학교의 눈물'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배우 류덕환의 내레이션도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학생인듯 착각을 하게 만드는 류덕환의 앳된 모습에서 '신의'의 공민왕을 찾는 것은 낯설었다. 오히려 '학교의 눈물' 속 청소년이 녹음실에 있는 듯했다. '학교의 눈물' 내레이션의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류덕환을 만났다.
- SBS 스페셜 '학교의 눈물' 내레이션을 맡은 소감은?
일단 취지가 너무 좋아, 내레이션 제의가 왔을 때 너무 기뻤다. '학교, 왕따' 이 키워드는 내가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분야다. 어머니가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었는데 지금은 충북 제천에서 '왕따 학교'를 운영하신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그 가족들과 함께 공연을 통해 교육하고 치유하는 프로그램으로 나도 어머니 옆에서 이 친구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을 함께 느꼈다. 그래서 '학교의 눈물' 내레이션 제의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하겠다고 나섰다. 내게는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 1부 내레이션을 마쳤는데 어떤 느낌이었나?
생각보다 학교 폭력 문제가 너무 크다. '학교의 눈물'에서 다뤄지는 것이 전부가 아닐테니 얼마나 심각할 지 무서울 정도다. 사촌 동생이 피해자가 된 적이 있어서 나도 피해자와 가족의 고통을 함께 겪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니 정말 무서웠다. 따라서 학생과 부모님들이 함께 꼭 봤으면 한다. 부모님들은 학교의 숨겨진 실상을 아실 수 있을테고 학생들은 자신이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는 일을 미리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 '학교의 눈물' 1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판사님께서 남의 일이라고 여기지 않고 객관적 입장에서 학생과 부모님들께 일침을 주셔서 아주 통쾌했다. "11번이나 삥을 뜯고 용서해달라는 것이 말이 되냐"는 말씀 등이었는데 그 분의 열정 덕분에 속이 시원했다.
- 1부에서 가장 인상깊은 인물은 누구인가?
윤철이다. 휘둘리는 모습을 보면 답답한데 내가 자꾸 형 입장에 서게 되더라. 그 다음은 재룡이다. 재룡이는 화가 나서 싸웠는데 그 싸운 대상이 그 학교의 짱이었고 그 짱을 이겨버리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짱이 됐다고 한다. 환경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한 인물이다.
- 본인의 내레이션에 대해서는 만족하는가?
아이들한테 도움을 주고 희망을 줘야 한다는 느낌으로 초반에 내레이션을 시작했다. 그러나 제작진의 말씀을 듣고 이들의 그 순간의 감정을 그대로 시청자께 전달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무엇인가를 주려고 하는 입장에서 공감하는 쪽으로 바꾸었다. 큰 것을 배웠다.
- 본인도 학교폭력과 왕따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직접 경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사촌 동생의 아픔이 있었다. 학교 폭력, 왕따 문제는 사춘기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어머니가 하는 공연에서는 이 상황을 무대에 올려놓고 재연하는데, 한 가해자 소년이 "남들이 다 뭐라고 해도 어머니는 내 편이 되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던 일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가해자 청소년 역시 관심을 갈구한다.
- 내레이션을 하고 나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관심의 중요함이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내레이션하고 나서는 작은 관심이라도 그들에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사 한 번 하는 것이 뭐가 어렵겠는가. 작은 관심이 인생을 좌우한다.
- 시청자들에게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한 마디 해준다면?
우리는 환경, 오지의 세계 등 너무 화려한, 그리고 새로운 다큐에만 호기심을 가지는 것 같다. 이 다큐는 우리와 근접해 있는 문제를 다룬 새롭지는 않은 다큐지만 우리와 너무 가까운 문제를 다시 되돌아보고 이겨낼 수 있는 가능성을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화려한 다큐보다 더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정말 많은 분들이 시청하고 큰 도움을 얻으시길 소망한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재윤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