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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이자 할부 중단…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권영인 기자

입력 : 2013.01.07 08:32|수정 : 2013.01.07 08:35


  큰 시장이 있다. 찾는 손님이 많고, 물건 팔려는 장사꾼도 많다. 장사꾼들은 한 명이라도 더 끌어보겠다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와중에 돈 많은 장사꾼이 나타났다. 앞으로 자기 물건을 사면 물건 값을 몇 달에 나눠서 치러도 이자를 안 받겠단다. 한 번에 목돈을 낼 필요가 없어진 손님들은 그 가게로 모였고, 이 장사꾼은 쾌재를 부르며 돈을 불렸다. 돈이 달린 다른 장사꾼은 어쩔 수 없이 시장을 떠났고, 결국 그 시장엔 그 가게 하나만 남게 됐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장사꾼이 심기가 틀어졌다. 장사가 잘 안 된단다. 혼자 장사 다 해먹는다고 나라에서 눈치도 주고, 찾는 손님도 부쩍 줄었단다. 그러면서 이제는 앞으로 돈을 나눠 내려면 이자를 내란다. 안 그러면 물건을 못 주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럴 거면 다른 가게와 차이도 없으니 나는 다른 곳으로 가겠소라고 말한 사람들은 나와서 돌아보니 문을 닫고 떠난 빈 가게뿐이다.

  새해 들어 참 불쾌한 상황이 벌어졌다.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중단했다. 마트, 백화점, 인터넷 쇼핑 등 하루에도 몇 번씩 들르는 곳에서 이제는 신용카드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다. 유통업체는 카드사 탓이라고 하고, 카드사들은 또 유통업체 탓이라고 한다.

  내용을 들어보니, 카드사들이 지난해 말, 이들 유통업체에게 무이자 할부 수수료를 반반씩 나눠내자고 제안을 했단다. 이유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다. 지난해 12월 말에 발효된 개정안에 따르면 특정 가맹점의 매출 신장에 기여할 수 있는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취지의 법안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별히 반반씩 나눠내자고 한 것은 정부가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가맹점의 판촉 촉진을 위한 행사에 대해 카드사가 50% 이상 부담해서는 안된다는 사례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카드사들이 수익성이 악화돼 더 이상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혼자 부담할 수는 없게 됐다고 항변한다.

  원래 카드 무이자 할부 서비스는 카드사들이 대부분 할부 수수료를 부담해왔다. 특히 대형 마트의 경우 카드사들이 할부 수수료를 100% 부담했는데, 그게 대략 3개월이면 3% 정도 6개월이면 6% 정도 된다. 이를테면 10만원 짜리를 6개월로 할부할 경우 6천원 정도 할부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그 돈을 카드사가 부담했다는 거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 대형마트 3개 회사가 반반씩 그 수수료를 부담할 경우 250억원정도 된다고 하니 적은 돈은 아니다. 백화점, 쇼핑몰 등을 합하면 그 돈은 몇 배로 늘어날 터다. 이 돈을 카드사가 내느냐 유통업체가 내느냐를 놓고 싸움이 벌어진 거다.

  카드회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여신금융협회를 취재해봤다. 무이자 할부 수수료에 대해서 유통업체와 해법이 있는지 대책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협회의 태도는 완강했다. 법안이 개정됐으니 따를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유통업체들은 해당 법이 무이자할부 수수료까지 정확히 규정하지 않은데도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밀어부친다며 역시 반대한다. 양측이 뾰족한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무이자 할부 중단 사태가 길어진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서비스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애초 이 싸움은 카드 수수료율에서 비롯됐다. 예전같은 호황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에 턱없이 낮게 주던 수수료율을 올려보겠다며 싸움이 벌어졌다. 백화점, 마트, 통신사 등 모든 대형 가맹점에게 최저 수수료 혜택을 주기 어렵다며 수수료율을 올리겠다고 선포했다. 당연히 유통업체들은 반발했고, 특히 통신사들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가맹계약 해지까지 들고 나왔다. 양측의 싸움은 점점 더 격앙되고 있다. 그런데 이 싸움의 불똥이 무이자 할부 수수료에까지 튀었다. 가맹점 수수료 문제야 유통업체와 카드사들끼리의 싸움이지만, 무이자 할부는 사정이 다르다. 가맹점 수수료 문제와 달리 무이자 할부 서비스는 그 부담을 당장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한다. 성격이 전혀 다른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수수료 싸움에 무이자 할부 서비스까지 집어넣은 꼴이다.

  그래서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 문제를 보고 있으면 카드사의 태도가 좀 더 괘씸해진다. 신규 회원 모집할 때는 각종 포인트에 서비스를 잔뜩 얹어서 팔던 카드사들이 부지불식간에 포인트를 줄이고, 혜택을 없애던 영업행태를 지켜봐온 소비자의 입장에서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도 유쾌하게 보기 어렵다. 경쟁사보다 몇 달 더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해 주겠다며 카드를 팔 때는 언제고, 사정이 변했다며 단번에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중단해버리는 카드사들에게 과연 소비자는 어떤 존재란 말인가.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과도한 소비를 조장하는 폐해는 분명히 있다. 무작정 권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들 간의 싸움에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어려운 서민들을 끼워 넣어 부담을 떠안기는 카드사들의 태도는 불만스럽다. 언제까지 소비자는 그들의 ‘봉’이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