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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회의원, 진짜 놓기 싫은 특권은?

남승모 기자

입력 : 2013.01.04 17:23|수정 : 2013.01.04 18:15


지난해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특권 포기를 약속하면서 정치권이 내놓은 약속 중 하나가 국회의원의 겸직금지다. 특히 새누리당은 겸직금지 TF를 구성해 영리 목적의 직업은 물론 국무위원 겸직까지 금지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다만 특임장관처럼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일부 정무직 국무위원과 비영리 공익법인 단체의 임원, 공익적 변호사 등 오로지 공익을 목적로 하는 직으로서 보수를 받지 않는 경우에만 예외로 겸직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당론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지난해 6월말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국무위원, 그러니까 장관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의원들이 반대 논거로 제시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 헌법이었다. 우리 나라 헌법이 대통령제에는 없는 국무총리를 두고 있고 의원의 입각을 허용하는 등 내각제적 요소를 갖고 있는 만큼 의원의 입각을 막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이었다. 과연 그런가?

◈ 헌법이 장관 겸직 허용?

헌법 43조는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헌법은 국회의원이 겸직해서는 안되는 직종이 있음을 규정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직종을 겸직해서는 안되는지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이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는 주장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다만 금지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물론 권장하는 조항도 없다.) 겸직 금지 대상에 장관을 포함시킬지 말지는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결정하면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헌법 체계가 일반적인 대통령제와 달리 국무총리를 두는 등 내각제적 요소를 갖추고 있어 의원의 입각을 막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의원들의 주장은 어떠한가?

◈ 의원 장관 겸직 ≠ 내각제 요소

헌법학의 권위자였던 故 권영성 서울대 교수의 헌법학 원론은 우리 나라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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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학 원론 (권영성 著) 738p

현행 헌법에서 의원내각제의 요소를 든다면 다음과 같다.

ㄱ) 외형상 의원 내각제의 내각과 유사한 국무회의를 설치하여 집행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정책을 심의하게 하고 있고, 대통령을 그 국무회의의 의장으로 하고 있다.

ㄴ) 국무총리를 임명함에 있어 국회의 동의를 얻게 하고 있다.

ㄷ)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고, 국무위원의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며, 국무위원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ㄹ) 국회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

ㅁ)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는 국무총리와 관계국무위원의 부서가 있어야 한다.

ㅂ) 정부도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

ㅅ) 국무총리·국무위원·정부위원은 국회나 그 위원회에 출석하여 발언할 수 있고, 국회와 그 위원회도 이들을 출석시켜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들이 의원 내각제적 요소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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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각제적 요소를 설명하는 어디에도 의원이 내각에 입각하기 때문이라는 말은 없다. 하기야 헌법 자체에서 의원의 입각을 금지하지 않았을 뿐 권고하거나 필요하다고 언급한 대목은 애초부터 없다.

헌법학자로 서울대 법대 학장을 지낸 정종섭 교수의 설명 역시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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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 (헌법 전공)

우리나라 헌법에 내각제적 요소가 있어 의원이 내각에 (장관으로) 참여하는 것이 맞다고 말하는 건 옳은 주장이 아니다. 헌법에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헌법은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한다고 봐야한다. 대통령제로서 행정부와 의회 간의 통제와 권력의 분립이 더 강조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회의원이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장관을 하려면 국회의원직을 내놓고 장관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을 내놓고 장관을 한다고 했을 때 문제될 게 하나도 없다.

문제가 있다고 하면 지금 우리 헌법 구조 안에서라도 국회의원과 장관의 겸직을 정당화할 무언가가 있어야 겠지만 현재 이를 정당화시킬 이유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장관을) 안하는 게 맞다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정당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의 경륜도 필요하다' 그건 좋다 이거다. 그럼 국회의원의 경륜을 갖고 장관을 하면 그것에 몰입하고 그게 끝이라고 생각을 하고 와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전부 한 자리씩 거쳐 가는 걸로 해서 국회의원으로 또 다시 돌아오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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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들, 장관 자리에 목매는 이유

국회의원들 간에도 서열이 있다. 물론 첫째는 선수다. 예전보다 덜해지기는 했지만 선수가 높은 의원들이 예우를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른바 끗발 있는 의원들은 따로 있다. 바로 장관 출신 의원들이다. 같은 재선급이어도 장관을 해본 의원과 그렇지 못한 의원은 대접이 다르다.

한마디로 말해 '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의원들이 장관을 얼마나 선호하는지는 호칭에서 알 수 있다. 장관 출신 의원의 경우 '의원님'이나 '위원장님' 같은 국회직 호칭보다 '장관님'이라는 호칭을 휠씬 선호한다. 실제로 장관 출신 의원의 보좌진들은 의원을 칭할 때 '장관'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입법부인 국회의원에게 장관직은 행정부의 수장을 맡아볼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다. 큰 꿈을 꾸는 정치인이라면 더더욱 장관 자리에 욕심을 낸다. 정치권을 떠나지 않는 한 정치인에게 장관을 맡아 봤다는 것은 더 없는 자산이 된다.

◈ 의원 장관 겸직 폐해는?

의원들의 장관 겸직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에서 나온 얘기다. (야당은 입각 가능성이 없는 만큼 이 부분이 크게 이슈화 되지 않았다.) 장관 겸직은 국회의원 스스로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을 만큼 심각한 특혜이자 폐해인 셈이다.

그렇다면 의원의 장관 겸직의 폐해는 무엇인가?

1) 청와대 줄서기

먼저 이른바 '청와대 줄서기'다. 앞서 설명했듯이 의원들에게 장관직은 일종의 주요 경력 중 하나로 간주된다. 이렇다보니 장관 자리로 가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다. 당연히 인사권을 갖고 있는 청와대에 줄서기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견제에 나서야 할 국회의원들이 청와대 눈치를 보는데 급급하다보니 비판다운 비판, 견제다운 견제가 제대로 될 리 없다.실제로 역대 정권에서 장관 자리를 이용해 국회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2) 자기 식구 봐주기

장관 같은 국무위원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최근 인사 청문회가 강화되면서 낙마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인선을 하는 청와대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다. 국무위원 제청권이 형식상 국무총리에게 있다고 해도 인선 실패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되는 후보군이 있다. 바로 국회의원이다. 아무래도 방금 전까지 얼굴을 마주하고 있던 동료의원이 장관 후보자로 나서게 되면 검증의 칼날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 또 입장 바꿔 자신이 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생각도 작용하게 마련이다.

3) 행정부 견제 저하

자기 식구 봐주기의 연장선 상에서 의원이 장관으로 있는 부처에 대한 감시 기능이 떨어진다. 각종 위원회 회의나 국정 감사에서 동료 의원이 장관으로 출석해 있으면 아무래도 날이 무뎌진다. 대충 대충까지는 아니더라도 모질게 비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 심지어 사안에 따라서는 국무위원석에 선 의원 출신 장관이 "동료 의원에게 이럴 수 있냐"고 따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특히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의원이 장관으로 가 있다보니 입법부로서의 역할보다는 행정부 기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고 견제하기는 커녕 대통령의 뜻대로 동료의원들을 설득하고 무마하는데 동원될 수 있다. 헌법이 정한 권력 분립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가는 셈이다.

4) 정경유착

의원이 장관으로 가게 되면 후원금부터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한 전직 의원은 모 부처 장관으로 갈 경우 산하 기관과 관련된 각종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후원금을 몰아주는데 장관 본인의 후원금을 다 채우는 것은 물론 친분있는 의원들 계좌까지 풍성해진다고 말했다.

해당 의원의 지역구에도 혜택이 돌아간다. 각종 지원 사업에서 우선 순위에 꼽힌다. 한 중진 의원의 말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들은 장관이 직접 나서지 않는다. 다들 밑에서 알아서 처리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장관이 이를 모를리 없다.

5) 예산낭비

예산도 낭비된다. 흔히들 의원이 장관으로 가면 월급을 한쪽에서만 받는다고 한다. 때문에 변호사 같은 영리 목적의 직업을 겸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원이 장관으로 가도 보좌진까지 모두 데려가는 건 아니다. 의원회관에 방이 그대로 있고 월급도 꼬박꼬박 나간다.

의원들이 생색내며 금지하겠다고 하는 영리 목적의 직업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변호사나 의사, 교수 등이 주요 대상이다. 하지만 변호사는 대부분 이름을 걸어두고 돈을 받는 정도고 의사는 물리적으로 같이 하기 힘들다. 교수도 마찬가지다.

6) 장관 직무 수행 성과 저하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직무 수행의 성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의원 겸직 장관의 경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신경써야 하는 정치인이라는 근본적 한계 때문에 행정 업무에만 몰두하기 힘들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장관직이 전부인 사람과 달리 한눈을 팔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정말 장관으로서 일할 각오라면 입법부를 떠나 행정부로 들어오면 된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하겠다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특히나 두 기관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갖춰야 하는 입법부와 행정부이고 보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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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할 사람은 의원하고 장관할 사람은 장관해야"

정리해보자면 의원들이 국무위원 겸직 금지를 반대한 논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의원들이 생색내며 추진하고 있는 영리 목적 겸직보다 장관 겸직이 실제 국민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의원의 장관 겸직은 예산 낭비는 물론 권력 분립 훼손에 따른 국가적 비용과 정경유착, 부정부패, 행정력 저하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의원들은 관료가 장관직을 독점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한다. 또 장관에는 정무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한다. 새로 출범할 박근혜 정부도 벌써부터 의원 장관 기용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진영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장관이 대통령만 쳐다보고 국민을 보지 않는다. … 관료가 장관을 하는 게 좀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 출신들만 장관에 기용할 경우 이들이 대통령만 바라보느라 민생과 관련된 정책이나 공약 시행에 소극적이라는 설명인 듯했다. 진 부위원장은 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보육 공약 문제를 예로 들며 "대부분 민생 공약인데, 복지부 장관은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찾아와도 안 만나준다. 내가 만나서 얘기라도 들어보라고 하는데 듣지 않는다"며 관료 출신 장관들의 소극성을 비판하기도 했다.

진 부위원장은 특히 "현역(의원)들의 (장관 등) 임명직 겸직 불가는 아니라는 소리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법이 바뀌지 않은 만큼 선택은 박근혜 당선인의 몫이다. 하지만 당내에서 자성의 목소리로 나왔던 쇄신안이 후퇴하려면 합당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 정부가 제대로 하려면 종전의 그런 폐해 막기 위해 국회의원할 사람은 국회의원에 몰두하고 장관할 사람은 작정하고 나와서 장관직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 그게 인재풀을 널리 이용한다는 관점에서도 맞다." 헌법학자이자 새누리당에서 공천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정종섭 서울대 교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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