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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도우미 애인 변심하자 126차례 허위신고

입력 : 2013.01.03 04:39


"여보세요. 양천구 OO노래방에서 도우미들을 동원해 불법영업 중이에요. 빨리 출동하세요."

작년 여름 서울경찰청 112지령실 직원들은 이런 신고에 시달렸다.

7월 말부터 두 달 동안 한 남성이 걸어온 똑같은 신고만 무려 126차례.

지령실 경찰들은 '여보세요' 소리만 들어도 "또 이 사람이야"라고 할 정도였다.

신고된 서울 양천구의 노래방과 유흥주점은 20여곳.

경찰이 신고받은 업소로 가보면 도우미는커녕 손님 한 명 없을 때가 잦았다.

허위 신고였던 셈이다.

양천경찰서는 결국 이 남성을 검거하기로 했다.

휴대전화로 신고했다면 붙잡기 쉬웠겠지만 그는 양천구 일대를 돌며 공중전화만 이용했다.

형사들은 팀별로 공중전화 앞에 잠복했다.

공중전화 지문 감식까지 했으나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40대 남성이 공중전화를 거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경찰차를 보고는 이내 도주했다.

하지만 세워둔 차량 때문에 꼬리가 잡혔다.

그는 알고 보니 유흥주점 사장 A(45)씨였다.

경찰은 A씨의 자택과 차량을 압수수색하고 그를 불러 조사했지만 범행을 부인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남성의 112 신고 음성파일을 보냈고, 결과는 A씨가 범인인 것으로 나왔다.

A씨는 그제야 죄를 인정하고 고개를 떨궜다.

사건 내막에는 노래방 여성 도우미 B(38)씨가 있었다.

미혼인 A씨가 B씨를 만난 건 노래방을 하던 2009년 10월.

자신의 노래방에서 일하던 B씨에게 점점 빠져들었고, 둘은 곧 연인으로 발전했다.

관계가 깊어지자 A씨는 B씨에게 '도우미를 그만두라'고 했다.

애인이 도우미 일을 하는 것이 못마땅해서였다.

A씨의 경제 사정도 넉넉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B씨는 거절했다.

A씨가 선뜻 1천만원을 주기도 했지만 소용 없었다.

그러던 작년 7월, B씨는 A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때부터 A씨의 범행은 시작됐다.

헤어진 애인에 대한 원망에 사로잡혀 B씨가 도우미로 일할 것으로 추정되는 노래방을 무작위로 신고한 것이다.

양천경찰서는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그러나 A씨는 조사 내내 B씨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