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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동안 몰랐던 '개그우먼 이영자'와 '여자 이유미'

강경윤 기자

입력 : 2013.01.02 11:53|수정 : 2013.01.02 11:53


이보다 더 솔직한 자기고백이 나올 수 있을까. 개그우먼 이영자의 덤덤한 고백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지난 1일 방송된 KBS 2TV ‘승승장구’에서 이영자는 자존심은 세지만 자존감을 낮을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데뷔 22년 차 개그우먼 이영자는 토크쇼 게스트 보다는 진행자가 더 익숙한 출연자였다. 그녀에게 ‘이영자’라는 예명이 ‘이유미’라는 본명보다 더 어울리듯 말이다. 늘 밝고 유쾌하며 화통할 것 같은 모습이지만 이날 방송에서 이영자는 자신의 맨얼굴을 용기있게 내보였다

이날 이영자는 밝은 웃음 뒤에 가려졌던 힘든 유년시절을 고백했다. 이른바 ‘시녀병’에 걸릴 정도로 자존심만 셌지 자존감을 땅을 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 것. 이영자는 생선냄새가 콤플렉스라고 밝힌 뒤 “어머니는 대학졸업 때까지 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했다. 어머니에게 일은 제일 많이 하고 사랑은 못 받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영자는 “초등학교 때는 근거리 배달을, 여중생이 됐을 때는 짐자전거를 타고 생선배달을 나갔다. 친구들의 수군거림 때문에 싸운 적도 있었다.”면서 “학력고사를 하루 앞뒀을 때에도 어머니는 생선배달을 시켰다. 안 간다고 했다가 동태로 몽둥이 세례를 당하기도 했다.”며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뒀던 상처를 드러내보였다.

1991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이영자는 이후 SBS ‘기쁜 우리 토요일-영자의 전성시대’에서 “안 계시면 오라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우먼으로 우뚝 섰다. 이어 SBS ‘아이러브 코미디’ 등을 성공시키며 승승장구 했다. 이후 ‘지방흡입 논란’을 겪으며 침체기를 맞았으나 ‘택시’와 ‘안녕하세요’를 통해 다시 한번 재기했다. 이영자는 2012년 제11회 KBS 연예대상 쇼오락MC부문 여자최우수상을 발탁하며 중흥기를 맞았다.

어린시절 상처를 받았지만 이영자의 가족사랑은 끔찍했다. 데뷔 후 냉동창고에 갇혀 충격을 받은 어머니를 위해 1년간 벌었던 수입을 고스란히 병원비로 썼고 일찍 형부가 세상을 떠난 뒤 가장 먼저 언니와 조카들 집을 사줄 정도로 가족에게는 헌신적이었다.

그런 헌신이 이영자에게도 버거울 때가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영자는 "너무 희생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반복되니깐 원망스럽고 싫을 때도 있었다. '가족 그만 챙기고 내 자신을 돌봐야지' 하니깐 이미 나이가 많이 먹었다."고 말한 뒤 "가족한테는 내가 기둥인데 힘을 잃으면 같이 잃을까봐 제일 속상한 이야기는 안한다."며 끝까지 강한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또 이날 이영자는 가족만큼 가까웠던 절친한 친구 배우 최진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영자는 “겨울이 되면 최진실이 가장 그립다. 12월 24일이 최진실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최진실의 자녀 환희와 준희 남매가 정말 예쁘게 잘 컸다.”며 친구를 향한 깊고 진한 사랑을 보였다.

토크쇼에서 늘 분위기를 주도하는 당찬 개그우먼으로 그려졌던 이영자의 맨얼굴은 어린 시절 상처를 여전히 간직했지만 가족을 걱정하는 섬세한 모습이었다. 이날 마지막으로 이영자는 "넌 마지막까지 럭키한 삶을 살거다. 누가 아니? 말년에 송중기처럼 멋진 사람이 다가올지. 삶이란 건 모른다."며 끝까지 유쾌함을 잊지 않았다. 개그우먼 이영자도, 여자 이유미 모두 아름다웠다.

사진=방송캡처

kykang@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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