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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제재' 양 날개 다는 공정위

입력 : 2012.12.23 05:03

공정거래·하도급법 개정 작업 박차 '일감 몰아주기·단가 후려치기' 강력제재


새 정부 출범으로 위상이 강화될 대표적인 조직은 공정거래위원회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한다고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부처는 공정거래위원회밖에 없다.

문제는 수단이다.

대기업의 소유구조를 뒤흔드는 출자총액제한제와 기존 순환출자 금지는 공정위가 이미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를 대신해 재벌의 사익 추구나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현실적인 수단을 찾지 못한다면 경제민주화 공약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에 그칠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찾아낸 것은 `일감 몰아주기'와 `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제재의 대폭 강화다.

◇ 부의 세습수단 '일감 몰아주기' 타파

대기업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발주하는 '일감 몰아주기'는 재벌 총수일가가 부를 세습하는 핵심적인 수단이다.

총수 일가가 소유한 물류, 시스템통합(SI), 부동산, 건설, 광고 등의 비상장사에 계열사 일감을 몽땅 몰아주는 식이다.

총수 일가의 비상장사 주식 가치는 하늘 모르고 치솟아 이 회사가 상장하면 총수 일가는 막대한 부를 거머쥐게 된다.

2세, 3세가 그룹을 물려받을 자금 기반도 여기서 나온다.

공정위가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재벌의 과잉팽창으로 외환위기가 닥치자 재벌개혁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때 공정위도 재벌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대거 제재하려 했다.

하지만 기업이 이에 대항해 소송을 내면 법정에서 번번이 깨졌다.

공정거래법의 엄격한 규정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23조는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해 상품, 용역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만약 기업이 '현저히' 높은 가격이 아닌 시장가격과 비슷한 가격으로 일감을 주고, '부당하게' 발주하지 않고 정상 계약절차를 밟는다면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공정위가 법 개정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저히'라는 요건을 삭제하고 '부당하게'라는 요건을 완화한다면 현재 벌어지는 재벌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대부분 제재할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부당한 부의 세습을 타파하지 않고 어떻게 경제민주화를 논할 수 있겠느냐"며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소기업 죽이는 '단가 후려치기' 근절

일감 몰아주기가 총수 일가의 부를 늘리는 주된 수단이라면 '단가 후려치기'는 대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주요 수단이다.

하청업체에 줘야 할 하도급대금을 대기업이 부당하게 인하하는 관행은 대·중소기업 관계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할 가장 고질적인 병폐다.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키워 납품물량을 늘리려 하거나 외부 경영환경이 어려워질 때마다 대기업들은 단가 후려치기로 자사의 이익을 키우려 했다.

심지어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포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계약을 "'을'이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을사조약(乙死條約)"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단가 후려치기가 만연한 데는 처벌 근거를 미약하게 마련한 탓도 컸다.

부당 단가인하 행위가 적발돼도 원래 줘야 할 하도급대금과 대금 지급기한이 지난 후의 연체이자를 주면 그만이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하도급법을 개정,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단가 후려치기까지 확대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대기업의 부당한 행위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등에 대기업이 손해액의 3배 이상을 물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은 기술유출에만 적용된다.

하도급대금 50억 원을 부당하게 인하한 대기업이라면 앞으로는 150억 원 이상을 줘야 하는 셈이다.

대기업이 단가 후려치기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단가 후려치기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고용 창출을 막는 악질적인 행위"라며 "법 개정이 이뤄지면 반드시 근절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