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미 공화당 '플랜B' 표결…민주 "즉시 폐기"

입력 : 2012.12.21 07:12

하원 공화 '연 100만 달러 미만' 감세 연장안 표결 강행


미국 하원 공화당은 20일(현지시간) '재정 절벽(fiscal cliff)'을 회피하고자 연소득 100만 달러 미만 가구를 상대로 세제 감면 혜택을 연장하는 내용의 이른바 '플랜B'에 대한 표결 처리를 강행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표결에 불참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혀 데드라인을 열흘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도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재정 절벽 협상의 여러 쟁점 가운데 소득이 연간 100만 달러 미만인 가계의 '부시 감세안'을 우선 연장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 '플랜B'를 제안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부터 시행해온 감세 조치로 지금까지는 모든 계층의 세금이 감면됐으나 이 안이 통과되면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세율은 상향조정된다.

베이너는 이를 좀 더 광범위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 납세자의 세금이 치솟는 것을 막으려는 '대비책(fallback option)' 또는 '대체 계획(backup plan)'이라고 표현했다.

공화당은 아울러 이날 25만 달러 이상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올려 1990년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로 되돌리려는 오바마의 해묵은 제안도 표결에 부쳐 부결 처리할 방침이다.

공화당 측은 오바마가 어차피 '부자 증세' 기준을 연소득 40만 달러로 높이겠다고 수정 제안한 만큼 '25만 달러 안'은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오바마와 민주당·행정부는 베이너 및 공화당과 올해 12월 31일이 시한인 재정 절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계속 협상해왔다.

재정 절벽은 올 연말까지 적용되는 미국의 각종 세제 혜택이 끝나 내년 1월 1일부터 대부분 납세자의 세율이 치솟고 연방 정부도 재정 적자를 줄이고자 지출을 대규모로 자동 삭감해야 해 기업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을 뜻한다.

재정 절벽에 빠지면 정부 지출은 10년간 1조 2천억 달러를 자동으로 줄여야 한다.

미국은 1985년 의회가 제정한 '균형 예산 및 긴급 적자 통제법'에 따라 예산을 강제 조정하는 '시퀘스터(sequester)' 또는 '시퀘스트레이션(sequestration)' 제도를 운용 중이다.

이 제도는 재정 적자가 쌓이지 못하게 다음 회계연도에 허용된 최대한의 적자 규모 내로 적자의 폭을 줄이지 못하면 국방비 등의 지출 예산을 애초 설정된 목표에 따라 자동으로 삭감하는 것이다.

당장 2013년에만 국방 예산 550억달러와 일반 예산 550억 달러 등 1천100억 달러가 삭감된다.

일반 예산에는 실업수당 260억달러와 메디케어(노년층 의료보장) 등도 포함돼 있어 서민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양측은 2조 달러 규모의 신규 세수 창출과 연방 정부 지출 삭감, 각종 사회보장 및 공제 혜택 축소 등의 방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공화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백악관도 의회가 '플랜B'를 가결 처리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베이너는 하원이 이 계획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도록 상원 민주당을 설득하거나, 아니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 인상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베이너는 이날도 자신이 부자 감세를 일정 부분 수용했는데도 백악관과 오바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강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백악관은 내가 세율을 올리면 지출 삭감과 각종 공제 혜택 개혁에서 통 크게 양보하겠다고 했다. 나는 내 할 일을 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이 계획이 최상의 옵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표결 이후에도 의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계획은 없다. 여기에 머무르면서 재정 절벽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무의미한 정치적 곡예'인 이 법안이 통과돼 상원으로 넘어오더라도 무시하겠다고 밝혔다.

'도착 시 이미 사망(DOA·Dead On Arrival)'이라는 용어도 동원했다.

그는 이 법안을 표결에 부치거나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도 없다고 일축했다.

상원의원들은 주말 동료였던 고(故) 대니얼 이노우에 의원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하와이에 다녀올 예정이어서 의회는 성탄절 이후에나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리드는 "어쨌거나 많은 일이 이곳(의회)에서 일어나고 있어 의원들로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27일 오전 의원들이 복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표결 강행과 거부권 행사 방침으로 맞서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이지만 극적 타결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바마도 부자 증세 기준을 70만 달러나 80만 달러로 올리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