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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이 이끄는 서울교육 어떻게 바뀌나

입력 : 2012.12.20 03:39

'곽노현표' 혁신학교ㆍ학생인권조례 무력화 전망
중 1시험 단계적 폐지 실현여부 관심


19일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보수 성향 문용린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곽노현 전 교육감이 추진해온 혁신교육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자율형사립고나 고교선택제, 일제고사형 학업성취도평가 등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표한 만큼 기존 정책이 큰 변화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또 같은 보수성향인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곽 전 교육감 시절 빈번했던 서울시교육청과 정부의 대립도 찾기 힘들 전망이다.

문 후보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중1 시험 단계적 완화' 정책의 실현 여부도 관심을 끈다.

다만, 1년6개월 남짓에 불과한 짧은 임기 탓에 무엇을 추진하더라도 과도기적인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 '곽노현표 혁신교육' 브레이크 = 문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진보교육감'을 내건 곽노현 전 교육감이 남긴 것은 수도 서울 교육의 붕괴"라며 친(親) 전교조 성향인 곽 전 교육감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이에 따라 곽 전 교육감의 핵심정책인 혁신학교와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원활히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학교의 경우 기존에 지정된 61개교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새 교육감이라도 기존에 시행되던 제도를 갑자기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신학교 확대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문 후보는 혁신학교에 대해 "학교운영비는 두 배인데 기초학력은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며 일반화하기 어려운 모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비판의 강도가 훨씬 높다.

문 후보는 "교사의 지도력을 훼손하고 학생과의 갈등만 남겼다"면서 학생인권조례의 부작용을 여러차례 지적해왔다.

조례 제ㆍ개정권은 서울시의회가 가지기 때문에 민주통합당 의원이 시의회 과반인 상황에서 임기 내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교육감의 집행 의지가 뒷받침돼야만 조례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발 제한 금지 등 논란이 되는 조항을 중심으로 시행이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 '중1 시험 완화' 관심 = 문 후보는 '도덕ㆍ인성교육 활성화'를 통한 교육의 기본 확립을 우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 이행 수단으로는 현행의 대규모 학교를 소규모로 바꾸는 학교체제 개혁을 약속했다. 학교가 작아지면 관료제의 폐해가 줄어들고 수업의 질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특히 중학교 1학년의 시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중학교 시절을 진로 탐색의 시기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학생ㆍ학부모들이 가장 관심갖는 공약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할 수 있게 독서활동을 통한 주체적 사고력 형성 프로젝트도 시행할 방침이다.

초등학교에는 독서전용시간제를 도입해 독서 습관을 유도하고 중ㆍ고교에는 사고력 형성을 위한 '고전 논술교과서'를 개발해 현장에서 고전 읽기 지도에 활용하도록 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 교권 보호에 방점 = 학생인권과 함께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학습권 침해는 물론 교권 침해를 없애 스승과 제자가 상호존중하는 학교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선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공감하는 규정과 지침을 마련해 학습권과 교권을 확립할 계획이다.

이밖에 안전한 학교, 소외계층 학생 지원, 시민 모두를 위한 학습공동체 구축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 일반학교 여건 개선 =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에 비해 일반 고등학교의 교육 여건이 열악해진다는 지적에 따라 일반고 지원 대책도 내놨다.

우선 학생의 진로 희망에 기초해 음악이나 디자인, 생활스포츠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해 운영할 방침이다.

또 학교에 전문상담교사와 진로진학상담교사, 학습 컨설턴트 등으로 구성된 '힐링교육전담팀'을 만들어 학생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효과적인 창의 인성교육을 위해 소규모 학교를 도입한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학교는 중규모로, 중규모 학교는 소규모 학교로 단계적으로 학교 규모를 축소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43개 학급 이상의 대규모 학교는 '학교 내 학교' 개념을 적용, 한 학교 부지 안에서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갖는 2~3개 군으로 분리해서 학교를 운영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 지역에 43개 학급 이상인 초중고교는 전체 모두 204개교이다.

2013년도 예산에서 사라진 화장실, 냉난방, 소방시설 등 시설개선 사업비는 다시 예산에 반영토록 해 교육환경개선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 과도기 정책 우려 = 문 후보는 20일 오전 당선이 확정되면 바로 교육감직을 수행하게 되지만 임기가 1년 6개월 남짓에 불과해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가 내세운 공약 가운데 상당수는 1년여 만에 본격적인 시행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3년도 시교육청 예산이 시의회 의결을 앞둔 데다 교육복지사업 확대로 정책에 쓸 예산이 충분치 않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

문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공약을 단기ㆍ중기ㆍ장기 등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임기 내 장기적인 정책추진을 위한 초석을 닦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공약에 앞서 문 후보는 짧은 임기 내 교육현장에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일로 '교사의 변화'를 꼽고 있다.

학교 분위기를 젊게 만들어 평교사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학교를 지배하게 해야 비로소 교육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교육철학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