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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문가들 "협력 강화 기대"

입력 : 2012.12.20 01:02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박근혜 후보의 당선에 큰 관심을 보이며 앞으로 러-한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기대를 표시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특히 이명박 정권에서 얼어붙었던 한국과 북한과의 관계에 해빙기가 오면서 남ㆍ북ㆍ러 3각 협력 사업이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게오르기 톨로라야 한국프로그램 소장은 "러시아와 한국은 협력을 위한 정치ㆍ경제적 기반이 튼튼히 마련돼 있다"며 "이명박 정권 때는 북한 문제에 대한 러-한 양국의 견해차가 양자 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었지만 한국의 새로운 지도자는 대북 관계에서 러시아와 더 많은 공통점을 찾아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이 비록 대북 강경 입장을 가진 보수층을 대표하고 있긴 하지만 이명박 정권보다는 유화적인 대북 정책을 펼침으로써 러시아와도 공감의 폭이 넓어질 것이란 전망이었다.

1998~2003년 남북한이 속한 러시아 외무부 아주1국 부국장을 지낸 한반도 전문가인 톨로라야는 박 후보 당선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남ㆍ북ㆍ러 3각 협력 프로젝트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톨로라야는 "이명박 정권 때는 3각 협력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 프로젝트가 진전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었으며 그 뿌리엔 북한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며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보단 대북 관계를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들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 건설 사업의 경우 한국이 우려하고 있는 가스 공급 안정성 문제는 사실 러시아가 책임질 부분"이라며 "만일 북한이 가스관을 실제로 폐쇄할 경우 러시아는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 공급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톨로라야는 한국 새 정권 출범 이후 남북 관계 전망에 대해 박 정권이 대북 적대 정책을 완화하면 남북 관계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박 당선인은 이미 지난 2002년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한 바 있으며 김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독재정치를 비판하면서도 그의 경제 개발 성과에 대해서는 존경을 표시했다"며 "이는 박 정권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톨로라야는 새 정권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문제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로켓 발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크게 달려있다"며 "유엔 안보리가 대북 추가 제재를 결정할 경우 6자회담 재개는 또다시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한국 새 정부의 의도보다 먼저 미국의 의중을 파악하려 시도할 것"이라며 "북미 대화가 제대로 진전되는 것이 6자회담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인 '국제경제 및 국제관계 연구소(IMEMO)'의 알렉산드르 페도롭스키 아시아태평양지역 연구실 실장은 "한국과 러시아 대통령은 모두 2018년에 임기가 끝나 집권 기간 동안 두 나라 대통령이 서로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진단했다.

올해 집권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임기는 6년, 내년에 취임하는 한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양국 지도자 모두 2018년까지 권좌에 머무르기 때문에 함께 추진할 수 있는 협력 사업들이 많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페도롭스키 실장은 특히 푸틴 대통령이 최근 대(對) 의회 국정연설에서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 개발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언급한 점을 상기시키면서 "러시아는 경제 규모와 질적 수준, 발전 속도 등에서 한국을 극동 지역 개발을 위한 우선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양국의 경제협력 수준 도약을 위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큰 장애물이 제거된 만큼 2008년 이후 중단됐던 한-러 간 FTA 체결 논의가 재개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또 양국이 러시아의 원자재와 한국의 소비재를 사고파는 전통적 교역 형태에서 벗어나 첨단산업 및 혁신 분야에서 투자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내놓았다.

페도롭스키는 북핵 6자회담 재개와 관련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길 원치 않으면 북한을 제외한 5자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며 "새 한국 지도자는 지역 안보와 경제협력을 위한 5자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이명박 정부 때 러-한 관계는 공식적으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strategic cooperative partnership)'로 격상됐지만 화려한 수사((修辭)와는 달리 실질적 성과는 많지 않았다"며 "새로운 한국 대통령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양국 관계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현재 한국은 남ㆍ북ㆍ러 3각 협력 프로젝트를 포함한 러시아와의 협력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실질적 사업들로 채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 시절에 한반도 상황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등으로 최근 20~30년 내 가장 긴장되고 위험한 수준으로 내몰렸다"며 "새로운 한국 대통령은 보다 균형잡힌 대북 정책으로 한반도 긴장완화와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