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앞으로 다자외교 공간인 유엔에서 우리나라의 외교 역량이 `중견국'의 위상에 걸맞게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미사일이나 핵실험 등을 통한 도발이나 인권문제 등 대북 사안에서 유엔 차원의 적절한 대응조치를 추구했던 기존 입장에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북한의 비핵화는 유엔이 아닌 6자회담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훼손되지는 않은 만큼 이 문제에 대한 유엔의 역할에 별다른 변화는 예상되지 않는다.
유엔 외교가는 박 당선인이 그동안 유엔과의 관계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가 유엔 가입 21년이 지나 `성년'이 된 시점에 어울리는 기여와 역할을 추구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데 이어 2013∼2014년 2년 임기의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다자외교의 전성기'를 앞둔 상황이다.
따라서 유엔 주변에서는 박 당선인이 이끄는 차기 정부가 유엔 분담금이나 평화유지활동 등에 대한 기여도를 한국의 비중과 위상에 걸맞은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끌어올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엔대표부 관계자는 "대(對) 유엔 외교는 공약에 특별한 언급이 없어 지금으로서는 예단할 수 없지만 기여와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기존 방향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자관계는 대선 결과에 따라 기조가 바뀔 수 있지만 유엔은 양자공간이 아닌 다자무대"라며 "과거에 정권이 교체됐을 때에도 유엔에 대한 기본적인 트렌드는 그대로 유지됐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도 최근 사석에서 박 당선인과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소개하며 "퍼스트레이디 생활을 경험했고 영어와 불어 등 외국어에 익숙하기 때문에 국제 외교 무대에서 자연스런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박 당선인이 `선(先) 안보 - 후(後) 협력'의 대북 정책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유엔 총회나 안보리의 조치에 대해서도 최근 5년간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단호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박 당선인 측은 북한이 지난 12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데 대해 "유엔과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한 것으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는 명백한 도발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앞서 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 북한인권법 제정과 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가칭 `국가안보실' 신설 등을 담은 대북ㆍ안보 공약을 발표하자 북한은 이명박 정권의 `대결공약'과 다를 바 없다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북한이 추가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실시 등으로 다시 국제사회를 향한 도발을 감행할 경우 "안보리 결의 위반에 따른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1996∼1997년에 이어 내년부터 다시 2년간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하면서 한반도 의제를 비롯해 유엔에서 이뤄지는 모든 국제 현안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유엔 총회의 대북 인권 결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도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북한 인권 결의는 매년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주도하고 우리나라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50개국 이상이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는 처음으로 표결절차 없이 `합의(consensus)'로 채택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2005년 기권을 했다가 핵실험 문제가 터진 2006년에는 찬성을 했고 핵 문제가 진전을 보인 2007년에는 다시 기권을 하는 등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엔본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