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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타이어에 신발 쓰레기…울릉도가 죽어간다

이경원 기자

입력 : 2012.12.16 22:38|수정 : 2012.12.17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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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천혜의 섬 울릉도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동해 한가운데 유난히 맑고 푸르던 바다색도 예전만 못합니다. 울릉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경원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동해의 외딴섬 울릉도.

천혜의 비경에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해 생태계의 보고로 불립니다.

그런데 청명했던 바다는 빛이 바랬고, 곳곳에 쓰레기도 눈에 띕니다.

바다 속은 어떨까.

바닥에 쌓여있는 회색 가루들.

잠수부가 바닥을 만지자 가루가 뿌옇게 피어오르고, 플라스틱 물병과 버려진 신발, 폐타이어까지 눈에 띕니다.

희색 찬란한 물고기와 바다 식물이 어우러졌던 10년 전과는 딴판입니다.

청정구역 울릉도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울릉도 주민 : 먼지 많이 납니다. 엄청나게 납니다. 바람이 많이 불면 배에 모래가 수북하다니까요. 이것 보세요. (물이 이렇게 뿌옇게 될 때가 있어요?) 물이 많이 심할 때에는 형편없지. 물이 더러울 때도 있어.]

주민들은 바지선 위에 세워진 레미콘 공장을 그 이유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울릉도에 개발붐이 일면서 레미콘 공장이 2개나 들어섰는데, 설상가상으로 바다 위에도 레미콘 공장이 생기면서 오염이 심각해졌다는 겁니다.

[(고기 잡는데 안 잡히고 그래요?) 야간에 잘 안돼. 한 번 보세요. 어떻게 허가를 내 줬는지.]

문제는 오염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

현행법상 육지에 있는 레미콘 공장은 지자체의 철저한 감시를 받지만, 해상 바지선의 레미콘 공장은 육지가 아닌 바다에 있어 감시할 근거가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자체도 해경도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울릉군청 관계자 : (해상 공장은) 육상에서 취급하는 관련법을 적용을 안 받더라고요. 우리가 관할하는 근거가 없더라고요. 해경에서 하더라고요.]

[동해해양경찰청 관계자 : 사건이 접수되거나 그런 내용은 없었고, 문제가 되면 울릉군을 통해 관리하고 있으니까….]

공장은 자체적으로 환경정화를 하고 있다면서도, 바람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장 관계자 : 물은 정화처리 3단계를 거칩니다. (오염된 물을) 바다에 버릴 수도 없어요. 그런데 울릉도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모래는 날릴 수 있습니다. 인정할게요, 그것은.]

허술한 제도 때문에 감시가 소홀한 사이, 천혜의 섬 울릉도는 점점 죽어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영상편집 : 김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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