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폭발, 자살 폭탄테러, 총기 난사, 전문 암살범 고용, 옷 속에 숨긴 무기로 공격하기…."
아프가니스탄의 공무원들은 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생각지 못하게 암살될 위험에 처해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탈레반 무장대원이 사타구니에 숨긴 폭탄으로 자살 테러를 감행, 신임 정보부장이 중상을 입는 일이 발생했다.
2주 전에는 무장단체가 헬만드와 와르닥주(州)에 새로 임명된 주지사들을 공격했다. 두 주지사는 다행히 모두 살아남았지만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며 체념을 하게 됐다.
이처럼 죽음을 받아들이고 암살에 익숙해지는 '숙명론(fatalism)'은 아프간의 모든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직무상 갖춰야 할 필수 요소가 됐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공무원은 매년 수백명이 무장단체의 암살로 목숨을 잃을 만큼 가장 위험한 직업 중 하나다. 자연히 직무가 더 중요할수록 위험도 함께 커진다.
탈레반은 지난 수년간 주지사와 지역 정치인, 경찰서장 등 공무원 수십명을 겨냥한 공격을 확대해왔다.
공무원 암살은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지지세력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해 탈레반의 힘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에서는 지난해에만 무장단체 공격으로 공무원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2001년 이후 최대 규모의 희생이다.
헬만드주의 주지사였던 굴랍 만갈은 지난 5년간 탈레반으로부터 로켓포 등 17차례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은 인물이다.
그의 큰아들인 무하마드 안와르는 "아버지가 주지사가 되기 전에는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며 "가족들은 아버지가 별볼일없어도 안전한 직업을 찾길 원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만갈은 "친구들조차도 나에게 그만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사랑했고 시간이 갈수록 두려움은 천천히 사라졌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차량 폭탄테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와르닥주 주지사인 압둘 마지드 코갸니는 "암살위험은 직무의 일부분이다. 마치 한 꾸러미(package)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복수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머리를 저으며 "언젠가 내가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때가 되면 누구도 나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