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파문을 일으킨 전모(30) 검사로부터 조사를 받은 여성 피의자 B(43)씨의 사진 유출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일단 '공조수사'를 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수사 진척이 더딜 경우 경찰이 검사와 검찰직원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어 검·경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6일 수사실무협의회에서 경찰이 피해자 사진을 전산상에서 조회한 검사와 검찰직원 24명의 명단을 검찰에 넘기고 검찰이 자체 감찰을 통해 범법 사실을 파악해 경찰에 다시 자료를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경찰이 기초자료를 넘기고 검찰이 최장 2주 내에 자료를 다시 넘기면 경찰이 통상절차에 따라 수사하는 방식이다.
경찰이 사진 조회자들에게 참고인 소환을 통보하기 시작하자 검찰이 즉각 협의를 제안해 합의된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 수사과정에서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사진 유출 용의자를 색출하는 1차 수사를 검찰이 맡게 된 셈인데 입증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이 검찰에 통보한 자료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통해 경찰의 전자수사자료표 시스템(E-CRIS)에 접속, 피해자의 사진을 조회한 검사 및 검찰직원 아이디 24개다.
이와 관련, 경찰과 검찰은 처벌범위를 놓고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14조(형사사법정보의 보호 및 유출금지)를 들어 24명이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조항은 형사사법업무 종사자 등이 권한없이 다른 기관 등이 관리하는 형사사법정보를 열람·복사·전송할 수 없도록 금지한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는 KICS의 유출·열람에 관한 처벌규정으로 이번 사건은 KICS가 아닌 E-CRIS에 다시 접속해 이뤄진 것이어서 다르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업무상 조회했거나 단순조회만 하고 화면 캡쳐 등을 통해 유출하지 않은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 사진을 조회한 자체는 잘못한 행위지만 이는 정보처리지침에 따른 징계대상일 뿐"이라며 "조회한 사람이 유포까지 해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또 1차 수사는 물론 수사 관계자가 아닌 사람을 추리는 작업도 검찰이 맡게 돼 과연 경찰에 제대로 범법사실을 확인해줄지 의문이다.
경찰은 유포 용의자의 PC 하드디스크를 검찰이 이미 확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유출된 사진의 화질상 컴퓨터 화면을 휴대전화로 찍은 게 아니라 사진을 내려받아 USB 등 저장매체를 통해 유출한 것으로, 하드디스크를 확보하면 증빙자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역추적' 카드를 들고 있어 수사가 결국 '투트랙'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검찰은 최소 1주, 늦어도 2주 자체 감찰을 진행하고 경찰에 자료를 넘길 예정이다. 검찰이 2주간 대응 시간을 번 셈이다.
경찰은 '기관간 예우' 차원에서 자료를 임의제출할 시간을 줬다.
하지만 언제든 역추적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 사진이 KICS에서 유출되는 과정을 수사하는 순방향 추적과 반대로 사진을 받은 사람에서부터 시작해 최초로 유출한 사람을 찾아들어가는 방식이다.
경찰은 임의제출 자료를 기다리긴 하겠지만 강제수사를 복안으로 남겨둔 상태다. 피의자가 검사라 하더라도 소환조사를 강행하겠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부 기관간 조사는 임의제출이 우선이고 필요할 때 강제로 수사한다는 기본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