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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친일행적 발견만으로 상훈취소는 위법"

정혜진 기자

입력 : 2012.12.06 04:47|수정 : 2012.12.06 07:52


친일행적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과거에 받은 훈장·포상 등 서훈을 취소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고법 행정11부는 독립유공자 박성행 선생의 후손이 "서훈 취소 결정을 취소하라"며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공적이 인정돼 훈장ㆍ포장을 받은 뒤 별도의 친일행적이 발견됐더라도 이를 상훈법상의 '공적이 거짓으로 판명된 경우'로 보고 서훈을 취소할 수는 없다"며 "또한 행정기관이 법적 근거 없이 직권으로 취소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보훈처의 처분이 소송 대상이 되는 지에 대해서는 "서훈취소라는 행정행위의 외부적 성립은 보훈처가 서훈취소 결정 통보서를 작성함으로써 이뤄졌기 때문에 보훈처의 행위는 행정처분에 해당돼 소송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처분 권한이 없는 보훈처가 서훈을 취소했고, 상훈법상 처분 사유도 없다"며 서훈취소가 위법하다는 후손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반면 대통령 명의로는 아무런 외부적 성립 행위가 없었다"면서 "보훈처와 행정안전부는 관례에 따라 대통령 결재라는 내부적 성립 과정만 거쳤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2010년 4월 국무회의를 열고 '언론인 장지연과 윤치영 초대 내무장관 등 독립유공자 19명의 친일행위가 확인됐다'며 이들의 서훈 취소를 의결했으며, 이에 불복해 포우 김홍량의 후손 등이 모두 7건의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고법 행정4부는 독립유공자 김우현, 이항발 선생의 후손이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대통령이 취소를 결정하고 보훈처는 통보만 한 것이어서 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이 아니다"라며 1심을 깨고 원고의 청구를 각하해 이번 판결과는 다른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친일행적을 이유로 서훈이 취소된 독립유공자들의 후손이 낸 여러 건의 행정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서훈취소 처분이 소송 대상이 되는지를 놓고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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