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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철수, "지지층 입장에서 판단" 무슨 의미?

남승모 기자

입력 : 2012.11.30 13:38|수정 : 2012.11.30 13:58


안철수 전 후보가 칩거 5일만에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한 일단을 밝혔다. 후보직을 사퇴하고 지방으로 내려간 뒤 행방이 묘연했던 터라 그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됐다. 안 전 후보는 지난 28일 공평동 선거캠프 부근에서 본부장과 실장급 인사들과 만나 점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무슨 일을 할 때 제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해 주시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유민영 대변인을 통해 이 간단한 한 마디만 남긴 채 또 다시 지방으로 내려갔다. 유 대변인은 안 전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만나지 않았으며, 이날 오찬에서 선거 지원 여부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전 후보의 적극적인 선거 지원을 희망하고 있는 문 후보 측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행여 안 전 후보를 자극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 지지자 중심주의?

안 전 후보는 28일 오찬에서 캠프 인사들에게 "지지자와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큰 마음의 빚을 졌다"면서 "평생의 빚진 마음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빚을 꼭 갚아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사퇴를 선언할 당시 캠프에서 일하고 있던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안 전 후보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직장까지 휴직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몇몇 캠프 고위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사퇴 사실조차 미리 알리지 못했던 그였던 만큼 이런 미안함의 표시는 어쩌면 인간적인 정리상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의 그의 행보와 관련해 "무슨 일을 할 때 제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해 주시는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는 그의 발언을 곱씹어볼 여지가 있다.

발언의 취지가 '앞으로 자신의 거취 같은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지난 번 사퇴 선언처럼 지지자들과 사전 교감없이 갑작스럽게 하지는 않겠다'라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고 또 이해할 여지도 충분하다. 하지만 향후 정치적 행보 결정을 지지자 중심, 내 사람 중심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면 상당한 위험 요소를 가질 수 있다.



이미지◈ 내 편, 네 편 가르기는 '反 새 정치'

아직 안철수 전 후보 본인의 정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그가 던진 한마디는 자칫 정치적 파트너였던 거대 야당에게 배신 당한 뒤 믿을 건 '내 사람 밖에 없다'는 식의 잘못된 메시지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서는 안철수 후보 지지층이 정권 교체를 바라는 야당 지지층과 새 정치를 원하는 중도·무당파 지지층이 결합돼 있으며 안 전 후보가 주시하는 핵심 지지층은 중도·무당파 지지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새 정치를 위해 그의 핵심 지지층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제도권 정치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면 무방하지만 행여 '내 지지층 다지기' 차원에서 '대선 캐스팅 보트'라는 자신의 위치를 활용하려는 구상이라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안철수 전 후보가 가치 중심을 표방해 오긴 했지만 현재의 '안철수 현상'에는 기존 정치에 실망한 상당수 유권자들이 이른바 '스토리'를 갖고 있는 '개인 안철수'에게 호감과 호의를 갖고 지지를 표시하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안철수 전 후보가 기존 정치권으로부터 이용당하고 배신당했다는 지지자들의 불만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으로 이어질 경우 '개인 안철수'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변질되면서 예상치 못한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맹목적 지지는 이른바 '빠'라고 불리는 부류를 양산할 수 있다. 정치에 대한 관심, 지지는 좋지만 맹목적 지지는 정치 현상을 왜곡시키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관심도 비판적 잣대를 내려놓은 상태에서 이뤄지면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 '새 정치' 대상은 '지지층' 아닌 '전체 국민'

유민영 대변인은 29일 캠프 해단식을 12월 3일 오후 3시에 하기로 했다면서 안철수 전 후보가 참석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동고동락한 캠프 인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현재 선거 국면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사퇴 선언문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달라"고 했던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수위에서 문 후보를 돕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그가 외쳤던 '새 정치'대로 라면 그 결정은 자신의 '지지층'이 아닌 '전체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설사 '지지층'의 반발이 있더라도 '전체 국민'을 위해서라면 '지지층'의 뜻에 따르기 보다 오히려 '지지층'을 설득하고 그 방향으로 함께 가는 것이 '새 정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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