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 서울 종로에 나가면 택시를 잡으려고 발을 동동구르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니는 택시가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분명 빈차라고 불을 밝히고 있는 택시는 수 없이 많지만 승차가 가능한 택시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승차거부 때문입니다.
승차 거부 방식은 이런 식입니다. 빈차라고 등을 밝힌 택시가 시민들에게 접근해 행선지를 묻습니다. 행선지를 말해도 운전자가 가고 싶어하는 곳과 맞지 않으면 태우지를 않습니다. 자기 앞에 멈춰선 택시에 먼저 올라타 행선지를 말하려고 해도 대부분의 택시들이 문을 잠궈 놓고 있기 일쑤입니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승객을 골라 태우기 위해서입니다.
승차거부 신고를 하면 된다고요? 그래서 예약등을 켜는 '꼼수'가 등장했습니다. '빈차'라는 등을 켜고 승차를 시키지 않으면 승차 거부로 걸릴 수가 있으니, 예약등을 켜고 손님을 사냥하는 꼼수가 등장한 겁니다. 그 차들이 진짜 예약차량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정말 예약 차량이라면 사람들에게 접근해 행선지를 물을 이유가 없습니다.
승차거부 신고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도 않습니다. 신고 절차가 까다로워서 실제로 신고하는 사람도 극히 적을 뿐더러, 신고를 하더라도 조사 과정이 길고 실제로 가해지는 제재도 극히 미약합니다. 오죽하면 택시 기사들 스스로 "신고하려면 신고해라. 그래봤자 우리한테 피해가 되는 건 거의 없다"고 호기롭게 이야기 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택시 잡기가 힘들다보니 소위 '따블'을 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안 되면 3배를 주겠다, 얼마를 주겠다 흥정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송년회와 망년회 등이 집중되어 있는 연말이 되면 이런 모습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교통수단을 시민들은 '대중교통'이라고 인식을 할까요? 돈이 있어도 탈 수가 없는 교통수단인 택시를 '대중'교통이라고 시민들은 생각할까요?

최근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논란은 정치권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소위 택시 대중교통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겁니다. 버스업계는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인정되면 보조금 등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해 대규모 운행 중단을 벌였고, 택시업계는 하루 빨리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달라며 대규모 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택시와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의 편의와 목소리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승객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대부분 관심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룹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택시를 이용하기 편리했으면 좋겠다, 또 값싸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주를 이룹니다. 그런데 현재 택시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까?
많은 택시 기사분들이 반발할 겁니다. 왜 일부의 행태를 일반화하느냐? 어려움에 빠진 택시업계의 실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일 겁니다. 맞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일부라는 분들의 숫자가 너무도 많습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행동이 정당성을 먼저 부여해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자체 정화활동이 필요합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검사 몇 명의 비리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은 검찰 전체의 문제로 지적하지 않습니까?
이번 논란은 정치권이 촉발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택시기사들의 표심을 의식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억울할 수 도 있을 겁니다. 열악한 택시 운전 노동자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순수한 동기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입법 발의한 국회의원분들 최근 택시를 이용해 보셨나요? "2배", "3배"를 외쳐도 잡을 수가 없는 택시, 택시 타고 집에 가는 시간보다 택시를 잡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경험하고도 "택시는 대중교통이다"라고 이야기한다면 그 의도의 순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