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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뜯어보기 ①

박원경 기자

입력 : 2012.11.26 10:14|수정 : 2012.11.26 13:18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한 쪽에서는 미흡하지만 정치권의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하고, 다른 한 쪽은 유통악법을 폐기하라고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논란 때문인지 올해 국회 경제민주화 법안 1호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 하고,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을까요?

많이 알려진 것처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의무휴업일을 최대 3일까지 지정할 수 있고,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을 밤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규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그런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이 외에도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소위 대형마트의 꼼수라고 지적된 사항 등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들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개정안의 내용과 개정 배경을 중심으로 이번 논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지경위를 통과한 법안은 제안 이유에서 "편법, 위장입점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등 대형 유통업체의 확장이 중소형상권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을 대안 제안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편법과 위장입점을 콕 찍어서 지적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대구시 수성구청은 복합쇼핑몰 칼라스퀘어에 위치한 수성구 대흥동 홈플러스 대구 스타디움점의 업태를 대형 마트에서 쇼핑센터로 변경해 달라는 민원이 접수됐지만 최근 이를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수성구청은 "홈플러스 측이 유통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쇼핑센터 변경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홈플러스 대구 스타디움점은 명백한 대형마트이기 때문에 일요 의무 휴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노컷뉴스, 2012/5/24)

[기업형 슈퍼마켓(SSM) 롯데슈퍼 원효로점이 서울 용산구 문배동 주상복합건물 지하 1층에 200평 규모로 개점하자 인근 영세상인들은 "푼돈에 눈먼 대기업의 횡포"라며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롯데슈퍼 개점 공사기간 동안 공사가림막에는 '스시뷔페식당 입점 예정'이라는 알림판이 붙어 있었다. 21일 개점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인근에서 A슈퍼마켓을 운영한다는 성모씨(47)는 "무슨 대기업이 쥐××도 아니고 위장막까지 쳐서 기습 입점을 하느냐"며 "롯데같은 대기업이 지역상권마저 장악하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뉴시스, 201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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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들은 대형마트와 SSM의 위장과 편법 입점의 대표적인 사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이 의무휴업 대상 점포를 대형마트로 등록한 곳으로 정하고 있으니 쇼핑센터로 등록하면서 규제를 피하려고 하고, 주민과 상인들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위장입점, 도둑입점을 하고 있는 대형마트들의 부끄러운 모습들입니다. 스스로 피하고, 자제했어야 할 모습을 대형마트 등이 보이고 있으니 이제라도 규제라는 회초리를 들어 바로 잡아야겠다는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입니다.

대형마트들은 입이 나왔습니다. 아니 입이 나오다 못해 이제 화를 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만들어진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통해서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국회가 규제라는 강제적 수단으로 목을 죄고 있다고 불만입니다. 왜 계속 "규제","규제"를 외치면서 자신들을 못 살게 구냐고 불만입니다. 그런데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는 최근들어 바뀐 흐름이지 그 전까지는 계속해서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입니다.

1997년 새로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규모 점포 개설 조건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꿔줬습니다. 기존에서는 지자체 등에 점포 개점을 신청하고, 지자체에 의해서 점포 개설이 막히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점포를 열 수 있는 길을 열어줬던 겁니다. 실제로 이 법의 시행 이후 대형마트는 급속하게 늘어났습니다.

1999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백화점등 대규모 점포개설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 법을 개정한다고 아예 못 박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에 흐름이 반전되기 전까지는 대형마트에 최대한의 자율과 규제완화라는 혜택을 줬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자율이 방종으로 변하면서 대형마트의 탐욕과 골목 상권의 피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유통산업발전협의회'논의가 시작되던 날 홈플러스는 뒤에서는 점포 개설을 신청하는 두 얼굴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자제하지 못 하는 대형마트의 행태 때문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나왔다고 보는게 옳을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구제적인 조항과 대형마트가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영업시간 규제와 의무휴업일 지정과 관련한 각계의 의견을 살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