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할인점 '타깃'이 400 달러(43만4천200원)짜리 `다이슨 볼' 진공청소기를 369달러(40만549원)에 팔겠다고 광고하자 '베스트바이'는 380달러에 팔려던 같은 제품의 가격을 300달러로 내렸다.
베스트바이가 1천500 달러짜리 '니콘' 카메라를 1천 달러에 팔기로 하자 이번에는 아마존닷컴이 추수감사절 아침에 기습적으로 이 제품의 가격을 997달러로 낮췄다.
연중 최대 쇼핑시즌인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연휴를 맞아 미국 소매업체들이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전문 소매업체 간의 경쟁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오프라인 업체들도 웹사이트에서 가격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면서 무차별적인 저가 공세를 퍼붓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소매시장의 관행에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가 생긴 셈이라고 WSJ는 강조했다.
실시간 가격 경쟁이 가능해진 것은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로 방대한 분량의 고객 정보가 축적되고 이를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경쟁사의 가격에 대한 대응 전략을 초 단위로 내놓을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예전에도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가격 경쟁은 있었지만 지금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정확하고 포괄적이며 신속하게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자사가 독점적으로 보유한 `한정품'(exclusives)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오프라인에서만 취급했던 품목들이 점차 온라인으로 올라오는 것도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자제품 전문업체인 브룩스톤의 스티븐 베비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취급하는 제품의 75%가 한정품"이라며 "특히 올해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100% 온라인에서도 팔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날로 커져가는 온라인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유연한 가격에 익숙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월마트가 운영하는 창고 할인매장인 '샘스클럽'은 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할 시간적 여유를 갖기 위해 다른 업체들보다 빠른 추수감사절 전야 10시부터 거래를 시작했다.
샘스클럽 관계자는 "우리는 제품 가격이 무난하다고 생각하지만 고객들이 외면할 경우 본격적 경쟁에 앞서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경우 이른바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스템에 따라 제품 가격이 수시로 자동 조정된다.
경쟁사보다 좋은 가격을 제시하기 위한 것인데 이는 타사의 추가적인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베스트바이의 아미 본 왈터 대변인은 "다른 회사 제품의 가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면서 우리 제품이 잘 팔리도록 가격을 대폭 낮추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원하는 제품을 최저가에 사려고 추운 날 밤새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로서는 자칫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실제로 업계 내부에서는 굳이 이런 방식이 아니어도 연말 쇼핑시즌마다 `밑지는 장사'가 반복된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WSJ는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