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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생겨나는 '걷는 길'…편의는 뒷전

이용식 기자

입력 : 2012.11.24 21:39|수정 : 2012.11.2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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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레길 말고도 요즘 걷기 좋다는 길이 참 많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걷는 길 조성에 뛰어든 건데, 부친 이름도 참 다양합니다. 행안부는 명품 녹색길, 환경부는 생태 탐방로, 국토부는 해안 누리길, 산림청은 숲길입니다.

이렇게 유행처럼 길을 만들다 보니 아쉬운 점 투성입니다. 이용식 기자가 점검해봤습니다.



<기자>

경남 함양의 지리산 둘레길 4 코스 구간입니다.

동강에서 금계로 이어지는 길이 산허리에 시원스럽게 뻗어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곳곳이 허점투성입니다.

임도와 마을 길을 활용하다 보니 11km 구간 중 절반은 흙길이 아닌 콘크리트 포장길입니다.

이처럼 시멘트로 포장된 산길을 오래 걷다 보면 다리와 발에 피로감을 느껴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등산객들도 많습니다.

[이병길/서울 은평 : 발바닥이 아프죠.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니까?) 그렇죠. 그래서 거기 맞는 신발을 싣는데 지금 신발을 두 개 가지고 다녀요.]

갈림길에서는 이정표를 찾을 수 없어 낯선 길에 애를 먹는 탐방객도 적지 않습니다.

[박태섭/경남 함양 : 한 500m 정도 길을 잘못 들어서 다시 나와서 갔습니다. 이정표가 설치되었더라면 좋을 것 같아요.]

충남 부여 백마강 길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비탈길 등산로에 설치된 나무계단은 간격이 멀고 계단이 높아 오히려 장애물입니다.

[윤상호/부여 : 무릎에 힘이 무지하게 가요, 지팡이 없으면 손으로 붙잡고 올라가야 할 정도로 이게 높단 말이지.]

뿌리가 뽑혀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방치돼 있지만 치우는 사람이 없습니다.

탐방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관리한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습니다.

[배재선/녹색연합 숲길담당 : 정부 차원에서 걷는 길에 대한 관리운영방안을 수립해서 국민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5년간 정부주도로 전국 300여 곳에 이런 걷는 길이 조성됐습니다.

하지만 탐방객들의 편의를 고려하는 사후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강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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