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를 열망하는 국민의 부름'을 내세우며 대권 도전에 나선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야심찬 도전이 23일 기성 정치의 장벽에 막혀 66일만에 일단 막을 내렸다.
안 후보의 대권도전 선언과 후보 사퇴 자체도 이번 대선의 하이라이트였지만 벤처 신화의 주인공에서 대선후보로 변신한 그가 민생 현장을 누비는 하루하루는 기존 정치권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의 연속이었다.
2009년 6월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인 그는 2011년 9월까지 청춘콘서트를 진행해 대중과의 접촉을 늘리며 젊은이의 `멘토'라는 이미지를 넓혀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그가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히자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처럼 보였으나 안 후보는 이런 예상을 깨고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 자리를 전격 양보했다.
후보 단일화 협상이나 어떤 조건도 없이 이뤄진 당시 결정은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기성 정치권의 `불통' 현상에 반감을 품은 국민이 안 후보에게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면서 `안철수 현상'으로 이어졌다.
안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전이 초경합 상황으로 치닫자 박 후보를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등 그의 당선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잠재적 대권 후보로 떠오른 안 후보는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며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박근혜 대세론'에 타격을 줬다.
지난해 11월 자신이 보유한 안랩(구 안철수연구소)의 지분 37.2% 가운데 절반인 18.6%(당시 1천500억원 상당)를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기치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안 후보는 정치참여에 대해 말을 아꼈고 지난 1월께서야 정치참여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속내를 보였다.
그 뒤 대선 출마 등 정치참여 문제와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정치와 멀어지는 듯싶었으나 지난 5월 부산대 강연에서 정의ㆍ복지ㆍ평화 등의 키워드를 밝히며 다시 주목받았다.
지난 7월에는 각종 현안에 대한 원론적인 생각을 밝힌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펴내면서 그의 대선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이 대담집에서 "총선이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며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사실상 출마를 결심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담집 출간 후 국민과의 소통 행보를 하는 등 대선주자급 행보에 나선 안 후보는 안희정 충남지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저명한 인사들과 의견을 교환했고 정치권에서 이름이 오르내린 지 1년여 만인 지난 9월1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마 선언 당시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정치개혁을 내건 그는 `정당후보론'과 `국민후보론'을 놓고 문 후보 측과 대립하기도 했으나 민주당이 선대위에 새로운 정치위원회를 설치해 쇄신을 시도하는 등 구체적인 정치개혁의 성과를 낳기도 했다.
안 후보는 대선판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3자 구도로 끌고 가는 한편 야권 지지층을 상대로 후보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문 후보 측의 계속된 단일화 요구에 직접적인 답을 미뤄오던 그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이 원해 단일화 과정이 생긴다면 이겨서 끝까지 갈 것"이라는 말로 단일화를 할 수 있다는 의중과 함께 완주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안 후보는 지난 5일 전남대 초청강연에서 "문 후보와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 혁신에 대해 합의하면 좋겠다"며 단일화 회동을 제안했고 이튿날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문 후보를 만나 대선후보 등록 전까지 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문 후보와의 첫 회동에서 합의한 새 정치 공동선언은 의원 정수 축소 여부 등으로 난항을 겪었고 14일에는 단일화 방식 협의 팀원에 대한 인신공격, 협상내용 공개 등을 이유로 안 후보 측이 단일화 룰 협상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단일화 방식 협의팀은 닷새 만인 19일 협상을 재개했으나 양측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고 22일 후보끼리의 단독 회동에서도 협상은 진전되지 못했다.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고 문 후보가 단일화와 무관한 완주 의지를 밝히며 배수진까지 치는 상황으로 접어들며 `아름다운 단일화'의 취지는 무색해졌고 `새 정치'를 표방했던 안 후보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후보사퇴의 길을 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