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이 온다고 달라질 게 있겠느냐?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교전에 시달리던 가자지구 주민들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문을 앞두고 보인 반응이었다.
실제로 양측은 서로 먼저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휴전은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지속해왔다.
휴전에 합의하지 못하면 확전으로 갈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불가능할 것만 같던 임무를 위해 반기문 총장은 달려갔고 결국 양측을 오가는 치열한 셔틀 외교 끝에 21일 극적으로 휴전이 성립됐다.
세계평화와 번영을 목적으로 하는 지구촌 최대 국제기구의 수장이 큰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반 총장의 이번 적극적인 중재 노력은 여러가지 면에서 휴전합의를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반 총장이 달려가면서 이스라엘이 확전을 하지 못하는 효과가 났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새로운 미사일 보유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으며 따라서 이를 완전히 제거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한다는 입장이었다.
국제사회가 휴전을 촉구할 때에도 이스라엘은 오히려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금방이라도 전면전으로 비화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반 총장이 현장에 달려가 이스라엘의 대통령과 총리 등 수뇌부를 연달아 설득하자 확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몸을 던져 중재하는 국제기구의 수장을 옆에 두고 지상군 투입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 반 총장이 직접 중재에 나서면서 서방국가들이나 중동의 주변 국가들이 이 문제에 더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미국은 사태해결을 위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파견했고 이집트의 무르시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무르시 대통령은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와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 아랍권 고위 당국자 등과 잇따라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하마스 지도부와 같은 무슬림형제단 출신이라는 점에서 하마스와 대화가 통하는 거의 유일한 국제사회 인물이다.
반 총장이 유엔의 수장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그의 움직임은 이번 휴전 협상에서 더욱 무게가 실린 것으로 평가된다.
전장에 직접 뛰어들어 하루에도 몇번씩 국경을 오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마다않는 모습에 당사국은 물론 주변국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유엔본부 관계자는 "반 총장이 현장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움직이자 확전을 제어하고 국제사회의 외교노력을 견인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당사국의 입장을 이해해 주면서도 인명살상은 안된다는 인류의 기본가치를 잘 설파한 것도 반 총장의 공이다.
클린턴 장관도 움직였지만 그는 친이스라엘 입장을 고수하는 미국의 각료라는 점에서 하마스 측에서는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으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 총장은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국제기구의 대표자였기 때문에 그의 역할이 더 주목받았을 것으로 유엔 주변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유엔본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