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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5세 연기천재' 서영주 "아역 한계? 걱정 안 해요"

김지혜 기자

입력 : 2012.11.21 10:00|수정 : 2012.11.21 10:00


영화 '범죄소년'(11월 22일 개봉)에서 서영주 군의 연기를 보면서 일본 배우 야기라 유야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담담한 듯 치밀하게, 무심한 듯 섬세하게 연기하는 그 모습은 15세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차분해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15세의 아기라 유야가 '아무도 모른다'(2004)로 칸영화제에서 '올드보이'의 최민식을 제치고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처럼, 서영주도 '범죄소년'으로 도쿄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국영화계로서는 오랜만에 들려온 국제영화제 연기상 수상 소식이었다.

영화 '범죄소년'은 소년원을 드나들던 범죄소년(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 중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 '지구'(서영주 분)가 13년 만에 엄마 '효승'(이정현 분)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서영주는 이 영화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 눈부신 열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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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주는 무려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구' 역에 캐스팅됐다. 강이관 감독은 '세상의 때가 덜 묻는 소년' 같은 배우를 원했고, 서영주는 적임자였다.

"오디션을 볼 때 즉흥연기랑 토론 두 가지를 했어요. 마지막까지 남은 배우들을 대상으로 '내 여자친구가 아기를 가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저는 당연히 낳아야 한다고 말했어요. 서로 사랑해서 만든 것이고, 또 뱃속의 아이도 인권이란 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강이관 감독과 여주인공 이정현의 적극 추천으로 서영주는 오디션에 합격했다. 드라마 '메이퀸'과 영화 '도둑들'과 같은 작품에서 주인공의 아역을 연기한 경험은 있었지만, 주연은 처음이었다. 서영주는 '범죄소년'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소년원에 들어가 일주일을 생활했다.

"처음엔 굉장히 무서웠어요. 소년원이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모인 곳이라는 생각에 적잖은 편견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일주일간 함께 생활해보니 제 또래 아이들과 다른 게 없는 거예요. 영화에 표현된 것처럼 '범죄'의 심각성보다 다른 이유로 소년원에 들어와 있는 아이들도 많았고요.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 해보면 한없이 순수한 친구들이었어요. '아, 정말 이 영화를 통해 이들은 사실적으로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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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소년' 속의 '지구'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겁없는 비행 청소년이 아니다.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병든 할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지구는 상대적 빈곤과 가족의 부재로 단순절도를 반복하게 된다. 사회도 가족도 보호해주지 못한 가운데 16살에 전과를 갖게 되고, 소년원 출입을 반복하게 된다.  

서영주는 이 점을 염두에 두면서 보다 사실적인 '범죄소년'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그는 "평범해지고자 하는 지구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가장 신경을 썼어요. 소년원 체험을 통해 그런 지구의 마음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연기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극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연기로 서영주는 영화 초반 등장하는 키스신과 베드신을 꼽았다. 15세의 어린 소년이 연기하기에는 쉽지 않은 연기였다. 그는 키스신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민망해요"라고 말하며 부끄러워했다.

"너무 많이 어려웠어요. 저에겐 첫 키스였거든요. 감독님한테 "이거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물었더니 "잘 하면 된다"고만 하시더라고요. 연기의 즐거움에 해보지 않은 것을 경험해본다는 것이고, 그것을 즐긴다고 생각했는데, 키스신 베드신은 정말 어렵더라고요"

서영주의 연기 생활은 우연찮게 시작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길거리 캐스팅돼 약 3년간 조,단역 생활을 거쳤다. 이후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메이퀸', '패션왕'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렸고, 영화 '도둑들'에서 김윤석의 아역을 맡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린 시절 과학자를 꿈꿨다는 서영주는 연기의 맛을 알게 되면서 천직으로 여기게 됐다. 그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살고, 연기한다는 게 재밌으면서도 어려워요. 보는 것은 쉽지만 직접 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요"라며 "아직 연기에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고,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요. 그 후엔 연출이나 사진도 배울 생각이에요"라고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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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주는 '범죄소년'의 열연에 힘입어 도쿄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수상 당시의 기쁨에 대해 "경쟁 부문 초청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영화제에 참석했는데, 그렇게 큰상까지 주실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또 무엇보다 한국 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게 13년만의 일이라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수상을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감독님과 (이)정현 누나의 이야기를 못했어요. 가장 고마운 분들인데 말이죠. 수상 후 가장 먼저 부모님께 전화를 했는데 안 받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연락했어 수상의 기쁨을 나눴어요"

첫 주연작으로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서영주는 '연기 천재'라 불릴 만하다. 그러나 단기간에 쏟아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는 어린 연기자에겐 약인 동시에 독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서영주는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도쿄영화제에서 배우 아기라 유야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 분이 어려서 너무 많은 주목을 받았고, 그 부담으로 약물 중독에다가 자살 시도까지 하셨다고. 영화제 관계자들이 그분의 사연을 안타깝게 얘기하시면서 저에게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상을 뺏어버리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전 자신 있게 말했어요. 걱정하지 말라고요. 그런 일이 있다면 상을 뺏으러 와도 좋다고요"

또 서영주는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서의 성장에 대해서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그만큼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확신과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15살의 나이가 믿지 않을 만큼 그의 정신은 단단해 보였다.

서영주는 '범죄소년'을 촬영하고 1년 만에 키가 9cm나 컸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신체 성장판처럼 그의 연기 성장 속도로 하루가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새로운 이미지와 연기를 선보이는 서영주를 본다고 해도 놀라진 않을 것 같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사진 = 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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