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푸틴-메르켈, 푸시 라이엇 사건 두고 설전

입력 : 2012.11.17 01:29

메르켈 "투옥은 가혹" 비판에 푸틴 "이들은 반유대주의자" 반박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모스크바를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6일(현지시간) 현지 펑크 록 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 멤버 투옥 사건을 두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와 독일 민간협의체 '페테르부르크 포럼(일명 러-독 대화)' 참석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 중이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사흘동안 진행된 포럼 마지막 날 행사에 참석해 푸시 라이엇 사건을 거론하며 유사한 사건이 독일에서 일어났더라면 록 가수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러시아 사법 당국을 비판했다.

이에 역시 포럼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사건을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푸틴은 "푸시 라이엇 단원들 가운데 한 명이 정교회 공연 사건에 앞서 사람들 앞에서 유대인 인형을 매달아 놓고 모스크바에서 이들(유대인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한 일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반유대인적 태도를 가진 이런 사람들을 지지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푸시 라이엇 단원 5명은 러시아에서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 2월 얼굴에 복면을 쓰고 요란한 의상을 입은 채 크렘린궁 인근의 정교회 사원 '구세주 성당' 제단에 올라가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란 노래와 춤이 섞인 시위성 공연을 펼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러시아 수사 당국은 이후 문제의 단원 5명 중 등 3명을 '종교적 증오에 따른 난폭 행위' 혐의로 기소했고 이들은 1심 법원에서 각각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모스크바 항소법원은 지난달 10일 공판에서 범죄 가담 정도가 약한 예카테리나 사무체비치에게만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나제즈다 톨로콘니코바와 또 다른 멤버 마리야 알료히나 등 2명에 대해서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들은 2개 러시아 중부 도시의 여성 전용 교도소에서 각각 복역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뒤이어 유럽이 러시아를 상대로 하는 비판을 파괴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독일 신문들이 나를 비판하는 기사들에 대해 항상 화를 냈으면 총리직에 사흘도 남아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서 민주주의를 제한하는 법률들이 채택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차짓 험한 분위기로 치달을 수 있었던 이날 양국 정상의 가시돋힌 설전은 그러나 메르켈의 뒷수습과 푸틴의 농담으로 자연스레 마무리됐다.

메르켈은 회의 마무리에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취지로 "독일에서는 이상적 독일인을 찾을 수 없고 러시아에선 이상적 러시아인을 찾을 수 없다"며 비판의 톤을 누그러뜨렸다.

이에 푸틴은 "이상형이 될 만한 독일인이 없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그러한 독일인은 있으며 그는 바로 메르켈 총리"라고 맞받아 회의장 내에서 박수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두 정상은 포럼 참석 뒤 비공개 개별 회담을 시작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