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병설에 휩싸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러시아-유럽연합(EU)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1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크렘린 공보실 간에 또 한 번 공방전이 벌어졌다.
크렘린 공보실장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날 푸틴 대통령이 12월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인 러시아-EU 정상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라며 이 정상회의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대신 참석할 것이란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페스코프 실장은 "대통령의 12월 브뤼셀 방문 계획이 그의 업무 일정에 포함돼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러-EU 정상회의는 다음 달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현지 유력 일간 '니자비시마야 가제타(독립신문)'는 브뤼셀 현지 소식통들을 인용해 EU 관리들이 12월 정상회의에서 푸틴을 만나리라고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유럽의회 고위 관계자는 신문에 "우리는 푸틴이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란 정보를 러시아 대표단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이는 악화하고 있는 유럽과 러시아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유럽국가들에선 정상들이 참석하는데 러시아에선 메드베데프 총리가 온다면 모양새가 어떨지 생각해 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푸틴의 정상회의 불참이 그렇잖아도 껄끄러운 EU와 유럽 관계를 한층 불편하게 만들 것이란 지적이었다.
유럽 의회 관계자는 현재 EU 내에서 러시아에 대한 많은 문제들이 제기돼 있다며 마그니츠키 사망 사건뿐 아니라 지난 3월 대선, 야권 인사 탄압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고 지적했다.
유럽의회는 지난달 말 2009년 모스크바 구치소에서 사망한 러시아 인권 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사망 사건에 연루된 러시아 관료들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결의에서 마그니츠키 사망 사건에 연루된 러시아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해 이들에게 EU 회원국 입국에 필요한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이들이 유럽 내에 갖고 있는 자산을 동결할 것을 제안했다.
EU는 또 지난 3월 치러진 러시아 대선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가 하면 푸틴에 반대하는 반(反)정부 인사들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탄압에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현지에선 최근 10월과 11월로 잡혔던 푸틴의 외국 방문 일정들이 잇따라 연기되면서 그의 와병설이 확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서둘러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의 심한 허리 디스크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상태이며 이 때문에 외국 방문 일정을 잇따라 연기했다는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크렘린 공보실은 이같은 언론 보도를 부인하며 푸틴 대통령이 평소 해오던 유도 훈련을 하다가 근육이 늘어나면서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이라며 그의 잇단 외국 방문 연기 사태는 좀 더 철저한 준비를 하거나 다른 외국 방문과의 일정을 조정해야 할 필요성 등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크렘린의 이같은 공식 해명에도 푸틴 와병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이번 러-EU 정상회담 불참설도 그의 건강 때문이란 주장들이 제기됐었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