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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청와대 압수수색, 하나, 못하나

남승모 기자

입력 : 2012.11.12 12:21


몇 달전 갑자기 청와대에 지원 근무를 나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대충 위치는 알고 있었지만 출근 시간에 혹여 실수해 지각하지 않을까 싶어 차에 오르자 마자 네비게이션을 켰다. 검색란에 '청와대'라고 쳤다. 하지만 검색 결과 북악산 아래 있는 대통령의 집무실, 청와대는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라는 이름이 붙은 각종 식당과 상점 이름만 잔뜩 화면을 메웠을 뿐이다.

이렇게 청와대는 (누구나 다 알고 있어 다소 의아한 측면이 있지만) 위치까지 비밀로 취급될 만큼 우리 나라의 모든 정보와 권력이 모이는 중요 시설이다. 국방과 외교, 경제 등에 관한 주요 사항이 이 곳에서 논의되고 결정된다. 청와대의 상당수 기록물이 비밀로 분류되는 이유다.

바로 이 청와대가 압수수색의 대상에 올랐다. 특검과 청와대의 신경전 속에 압수수색의 집행 방식과 시기 등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사상 초유의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사건 특검팀이 최근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제껏 특검은 물론 검찰 등 어떤 수사기관으로부터도 압수수색을 받은 적이 없어 특검팀이 실제로 압수수색을 하게 될 경우 사상 초유의 일이 된다.

물론 수사기관이 영장을 발부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강제 집행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압수수색 대상이 국가기관일 경우 수사기관이 직접 압수수색하기보다 압수수색의 형식을 빌어 해당 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임의 제출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이 모양새 좋게 끝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사저 부지 매입을 위해 큰 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 6억 원을 빌리는 과정에서 청와대 컴퓨터로 작성했다는 차용증 원본 파일을 요구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원본 파일을 찾을 수 없다며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

또 특검팀은 시형 씨의 검찰 서면답변서를 대필했다는 청와대 행정관이 누구인지 특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 역시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이 임의 제출을 요구한 총무기획관실의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등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걸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런 사례들을 근거로 청와대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강제집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청와대 압수수색 가능한가이미지통상 압수수색은 대상자가 미리 눈치채지 못하게 전격적으로 실시된다.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형사소송법상 공적·사적 '비밀'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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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조(군사상비밀과 압수)
①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
② 전항의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

제111조(공무상비밀과 압수)
①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관하여는 본인 또는 그 해당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감독관공서의 승낙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
②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감독관공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

제112조(업무상비밀과 압수)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세무사, 대서업자,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약종상, 조산사, 간호사, 종교의 직에 있는 자 또는 이러한 직에 있던 자가 그 업무상 위탁을 받아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으로 타인의 비밀에 관한 것은 압수를 거부할 수 있다. 단, 그 타인의 승낙이 있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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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압수수색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특검이 영장을 받았다고 해도 (청와대에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민감한 정보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검이 압수수색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거부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특검팀의 압수수색이 비밀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처럼 실제로 강제적인 압수수색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무턱대고 특검의 압수수색이나 자료 요구를 막을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가뜩이나 국민적 의혹이 큰 상황에서 특검과 계속 마찰을 빚는다면 청와대가 수사를 방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압수수색의)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 특검팀이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법에 정해진 정당한 절차대로 압수수색이 이뤄진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이면에는 이런 고려가 깔린 걸로 보인다.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특검과 청와대 모두 자신이 원하는 방식만 고집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양측이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청와대에 대한 영장 집행이 실제 압수수색 형식이 될지, 자료 협조 형식이 될지는 양측의 조율에 달린 셈이다.

◈ 특검팀 VS 청와대… 불신 속 힘 겨루기

문제는 특검팀과 청와대 사이의 불신이다. 특검팀은 청와대가 수사 진행에 필요한 필수 자료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기간 연장을 요청한 것도 이런 연장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특검 자체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윤옥 여사에 대한 특검의 조사 방침을 대표적인 예로 든다. 모자 간에 담보를 제공한 것으로 은행 서류만 떼보면 나오는 사안을 가지고 끝까지 현직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겠다는 것 자체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나 순방을 앞둔 시점에 이를 전례없이 먼저 언론에 공표한 것도 결국 수사 기간 연장을 위한 압박용 아니냐는 주장이다.

양측 사이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사와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행여 의혹은 풀지 못한 채 불신과 논란만 키우고 끝나는 것은 아닌지 특검 수사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