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러시아판 브레이비크' "많이 죽이고 싶었다"

입력 : 2012.11.08 17:08

회사 동료들에 총기 난사 6명 살해…"못이룬 사랑 때문"


동료 직장인들을 총으로 무차별 살해한 '러시아판 브레이비크 사건'의 진상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모스크바가 충격에 휩싸였다.

범인은 수사 당국 조사에서 인간을 '악성 종양'으로 묘사하며 가능하면 많은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7일 오전 10시(현지시간)께 모스크바 동북쪽 '체르미얀스카야' 거리에 있는 약품 도매회사에서 30세 남성 드미트리 비노그라도프가 같이 일해온 동료 직원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현장에서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튿날 모스크바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남성 1명이 숨지면서 사망자는 모두 6명으로 늘어났다.

비노그라드도프는 이날 닷새 동안 연이어 술을 마신 뒤 총을 들고 나타나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에 사용한 사냥총은 비노그라도프가 직접 구입해 공식 등록한 것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약품 회사 건물에는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평소 잘 아는 사이라 비노그라도프가 총기를 넣은 가방을 들고 들어가는 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범행 당일 오전 9시 비노그라도프는 정장을 하고 큰 가방을 든 채 평소처럼 출근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간 뒤 화장실에서 약 1시간 동안 머물렀다.

그곳에서 군용 위장복으로 갈아입고 총기를 확인하는 등 범행 준비를 한 것이었다.

뒤이어 4층으로 올라가던 그는 복도에서 만난 남성 1명을 총으로 쏴 살해하고 곧이어 한 사무실 문을 열고 안에 있던 동료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불과 18초 만에 20~30대의 남녀 동료 직원 5명이 숨졌다.

비노그라도프는 장전된 9발의 탄환이 모두 떨어지자 재장전을 시도하던 중 회사 경비원들에 붙잡혔다.

수사당국 조사 결과 비노그라도프는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 약사와의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데 좌절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비노그라도프는 지난해 여름부터 26세의 약사 안나와 몇 개월 동안 사귀었으나 이후 버림받고 말았다.

비노그라도프가 질투심 때문에 자주 폭력적 언동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비노그라드도프의 어머니는 아들이 안나와 헤어진 뒤 대인관계 문제를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어릴적 입은 머리 부상 때문에 예전에도 정신적 불안 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안나도 비노그라도프의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전해졌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비노그라도프는 범행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간에 대한 증오를 담은 글을 올렸다.

그는 "인간사회를 증오하며 그 구성원이라는 것이 혐오스럽다"고 적었다.

그는 "인간 삶의 무의미함과 삶 자체를 증오한다"며 "삶을 정당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가능한 많은 수의 사회구성원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노그라도프는 체포된 뒤 수사당국 조사에서도 "모든 인간은 암 종양과 같은 존재이며 가능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은 의료기관에 비노그라도프의 정신 감정을 의뢰했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을 노르웨이에서 지난해 7월 폭탄테러와 총기 난사로 77명을 사살한 극우 보수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3)의 테러에 빗대 '러시아판 브레이비크' 사건이라고 부르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