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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유럽 시민들의 혈세 줄줄 샌다"

입력 : 2012.11.07 12:05

회계감사원, 감사결과 18년째 '부적절' 판정


"한 농민은 양 150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신고해 농업 보조금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농장엔 애초부터 한 마리의 양도 없었다."

유럽연합(EU) 회계감사원(ECA)은 6일(현지시간) 유럽 시민들이 낸 피 같은 세금에서 나온 EU 예산이 곳곳에서 줄줄 새고 있다고 비판했다.

ECA에 따르면 EU 자금 20만 유로를 지원받아 과일 가공공장을 세운 것으로 신고된 이탈리아 현지를 실제 방문한 결과 공장은 없고 평범한 주택이었다.

ECA는 이날 발표한 연례 회계감사보고서에서 2011 회계연도 예산 가운데 이런 방식 등으로 잘못 쓰인 돈이 50억 유로(약 7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EU 예산의 3.9%에 해당하며 ECA의 적정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특히 EU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업·농가 보조금과 낙후지역 개발 지원 자금이 잘못 사용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결국 ECA는 2011년 회계감사 결과를 '부적절'로 내놓았다.

부적절 판정은 이번까지 연속 18년째다.

이에 따라 2004~2014년 중장기 예산안을 5% 증액으로 편성, 상당수 회원국으로부터 질타받고 있는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동결 내지 감액을 주장하는 영국, 독일 등과 달리 증액 예산안을 지지해온 국가들의 입지도 좁아지게 됐다.

프랑스 등 남부 유럽 국가와 동구권은 농업 보조금과 낙후지역 지원금을 많이 받고 있다.

ECA는 사기나 부정 사례가 적지 않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복잡한 규정들을 잘못 적용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또 상당수 사례는 집행위뿐만 아니라 지원금 할당과 사용 감독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각 회원국 중앙 및 지방 정부들의 잘못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집행위 등 EU 각급 기관의 예산 집행과 관련한 부정과 부실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개탄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비토르 칼데이라 ECA 원장은 특히 유럽이 경제난과 긴축재정의 압박을 강하게 받는 상황에서 EU가 돈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면서 예산 사용 관련 규정을 개선하고 제대로 이행할 것을 회원국과 집행위에 권고했다.

영국 보수당 소속의 마틴 캘너너 유럽의회 의원은 "집행위가 중기 예산을 5% 늘리기 원하지만 기존 예산 중 4% 정도가 잘못 집행됐음이 드러났다"며 납세자에게 손을 더 벌리기 전에 이미 배정된 예산을 제대로 사용하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