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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출연시켜 줄게"…신분증 수거해 명의도용

입력 : 2012.11.07 09:33


"영화 엑스트라 모집합니다."

지난 3일 광주의 한 생활정보지와 웹사이트에 영화 단역 배우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일당 13만 원 지급과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좋은 조건에 포항, 전라남·북도 등지에서 남성 46명, 여성 18명 등 20~30대 젊은이 64명이 지원했다.

6일 오전 8시께 광주 서구 치평동 시청 앞 관광버스 2대에 모인 단역 배우들에게 우모(26)씨가 계약서 작성 시 필요하다며 신분증을 제출할 것과 촬영 과정 노출 방지를 위해 휴대전화 반납을 요구하며 봉투를 한 장씩 돌렸다.

피해자들은 신분증 37매와 휴대전화 57대, 지갑 3점을 제출했다.

광주에서 할 일이 있다는 우씨를 제외한 피해자들과 인솔자들은 1시간 뒤 영화 촬영지인 강원도 춘천을 향해 출발했다.

오후 5시께 춘천의 한 펜션 앞에 도착한 이들은 촬영 전까지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광주 북부경찰서 측은 "신분증 수십 매를 가져와 스마트폰 개통을 요구하는 손님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해당 대리점 직원에게 "신분증 주인들에게 직접 전화를 해보라"고 했으나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다가 이 중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은 B(27)씨가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누군가 당신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려 한다. 신분증을 수십 장 가지고 왔는데 다른 사람들과는 통화가 안 된다"는 말을 전해 들은 B씨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112에 신고했다.

범죄혐의를 포착한 경찰은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대리점에서 스마트폰 100여 대를 개통하려 한 우씨를 검거했다.

자신을 30대 초반의 연예기획사 대표라고 칭한 우씨는 피해자들은 물론 배우들을 인솔하는 스태프 정모(24)씨 등 3명에게도 일당 15만 원을 주겠다며 유인해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준수한 외모의 우씨는 이름과 나이를 속인 것은 물론 콧수염을 길러 외모를 변장했으며 촬영장소로 출발하기 전 영화대본까지 준비해 나눠주며 피해자와 인솔자들에게 신뢰를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울산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던 우씨가 스마트폰을 다수 개통한 뒤 사전에 확보한 대포폰 취급 판로를 통해 총 5천만 원 상당에 판매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피해자들이 소지한 스마트폰도 중고시장에 내다 팔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씨는 2년 전에도 부산에서 영화출연을 미끼로 관광버스비를 사전 송금하라고 속여 1인당 5만 원씩 14명에게 총 70만 원을 속여 빼앗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피해자들 대다수가 취업하지 못하거나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먼 지역에서부터 온 젊은이들이라 안타깝다"며 "우씨는 물론 대포폰 유통 경로를 수사해 유사 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