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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결혼에 원정출산까지…자식사랑 어긋난 모정

입력 : 2012.11.06 15:22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일부 부유층 학부모들이 저지른 상상초월의 범법행위가 검찰수사 결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에콰도르 남성과 위장 결혼, 3개국 외국국적 취득, 원정출산, 중남미 국가로의 장거리 비행과 현지 공무원 매수 등 활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이 동원됐다.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6일 학부모들의 불법행위 백태를 낱낱이 공개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법도 양심도 무시하는 이들의 도덕불감증과 돈이면 뭐든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금전만능주의적 행태에 검찰도 혀를 내둘렀다.

◇ 최대 3개국 국적 허위 취득 = 학부모들은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내기 위해 최대 3개국 여권을 위조해 해당국 국적을 실제로 취득한 것처럼 속였다.

학부모 권모(36·여)씨는 불가리아와 영국 여권을 위조해 딸을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뒤 또 다시 집 근처 외국인학교로 전학시키기 위해 과테말라 위조 여권을 재발급받아 총 3개국 여권을 위조했다.

학부모 백모(36·여)씨는 자녀 3명을 모두 미국에서 원정출산해 첫째와 둘째는 외국인학교에 보냈다.

이후 관련 법이 개정돼 부모의 외국국적 취득이 외국인학교 입학 요건에 포함되자 원정출산에 이어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2개국 여권을 위조, 셋째까지 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

학부모 대부분은 자녀 1명을 외국인학교에 들여보냈지만 2명 이상 부정입학시킨 경우도 12명이나 적발됐다.

◇ 위장결혼·공무원 매수…신종 맹모(孟母) 등장 = 학부모 오모(46·여)씨는 아들을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에콰도르 국적을 허위 취득하고자 했다.

현재 신분으로는 국적 취득이 어렵다는 브로커 조언에 따라 오씨는 한국인 남편과 이혼 후 에콰도르 국적 외국인과 위장결혼을 했고 결국 자녀를 부정입학시키는 데 성공했다.

학부모 상당수는 위조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30시간 걸리는 비행 끝에 중남미 국가인 과테말라에 다녀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위조 여권의 원활한 발급을 위해 현지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경우도 있었다.

매수한 공무원이 출근하지 않아 체류기간 내내 기다렸다가 여권을 겨우 받아온 학부모도 있었고,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출입국 기록을 생성하려고 경유지인 미국 여행을 다녀온 사례도 적발됐다.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 분명한데도 자신의 출생지가 도미니카공화국 한 지방도시인 것처럼 여권을 위조해 학교에 제출한 학부모도 있었다.

◇ 아버지도 허위 국적 취득 = 학부모 가운데 외국인학교 부정입학에 연루된 쪽은 대부분 어머니였다.

아버지들은 브로커와 상담 과정에 동석하거나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수사 결과 직접 외국 국적을 허위 취득하는 등 주도적으로 자녀의 부정입학에 개입한 모 기업 대표 등 아버지 2명도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학부모들은 갖은 수법으로 위조한 여권과 시민권증서 등을 제출, 자녀를 서울·경기·인천·대전 외국인학교 9곳에 부정입학시켰다.

이들이 위조한 여권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신분증으로 해당 국가에서 문제시됐을 때 대한민국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었던 만큼 그 죄질이 나쁘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일부 부유층의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심과 공동체 의식 결여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했다.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부유층이 금전만능주의와 도덕불감증에 빠진 사실을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