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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에 품질검증서 위조까지…원전 관리 '비상'

입력 : 2012.11.05 13:22

한수원 직원 연루 의혹 짙어
영광 5·6호기 외에 다른 원전은 계속 가동
정부, 동절기 전력수급 대책 마련 나서


올해 들어 국내 원전이 잦은 고장을 일으킨데 이어 5일 품질검증서가 위조된 부품이 대량 공급된 사실마저 밝혀지면서 원전 관리의 총체적 허점이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전에 최근 10년간 미검증 부품이 공급됐다는 점에서 전력 당국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전력 당국은 이번 사건이 향후 원자력 발전소 확충과 월성1호기 가동 연장 등 원전 정책에 상당한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정확한 경위 파악과 관련자 문책에 나설 방침이다.

◇ '한수원 직원 연루' 의혹 제기 = 이번 사건의 골자는 납품 업체들이 2003년부터 10년간 해외 품질검증기관이 발급한 것처럼 60건의 품질검증서를 위조해 총 7천682개 부품을 공급한 것이다.

문제가 된 부품은 대개 퓨즈, 스위치, 다이오드 등 일반 산업용으로도 많이 쓰이는 품목인데, 한수원은 자체적으로 지정한 해외 품질검증기관에서 발급한 인증서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한 뒤 부품을 구매해왔다.

미국도 같은 품목에 대해서는 비슷한 방식으로 부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은 해외 품질검증 기관에 검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업체가 제시한 품질 검증서만 보고 추가 확인 절차를 생략한 채 한번 사고가 일어나면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전 설비에 미검증 부품을 채택한 것이다.

따라서 관련 직원들이 고의로 해외 품질검증 기관에 인증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는지 여부가 이번 사건 수서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의가 아니더라도 문제의 부품을 구매한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업무 과실 등의 이유를 들어 대대적인 문책이 불가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현재 다른 해외품질 검증기관 명의로 발급된 품질검증서의 위조 여부도 확인중이다.

지경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수원의 품질관리 시스템 전반을 종합적으로 개선하고 국내 인증 기관을 활용해 원전 부품을 검증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 영광 5·6호기 가동중단..한수원 "안전성 문제 없어" = 미검증품이 사용된 원전은 영광 3·4·5·6호기, 울진 3호기 등 모두 5개다.

이들 원전에 총 7천682개의 부품이 공급됐는데 실제로 적용된 부품 개수를 원전별로 따져보면 영광6호기가 2천590개로 가장 많았고 영광5호기에 2천547개가 쓰였다.

영광3호기와 4호기에는 각각 31개, 20개 쓰였고 울진3호기에도 45개만이 채택됐을 뿐이다.

한수원은 미검증 부품을 전량 교체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영광 5.6호기의 경우 미검증 부품이 원전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전반적인 안전점검이 필요하고, 교체 작업을 하려면 발전정지를 필요로 하는 부품이 다수 있는 점을 감안해 이날부터 연말까지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그러나 영광 3.4호기와 울진 3호기는 실제로 사용된 미검증 부품 수가 많지 않아 운전 중에도 교체 작업이 가능해 원전을 계속 가동키로 했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은 방사능 누출과 관련된 원전의 핵심안전 설비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원전 사고의 위험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 전력 수급 '비상' = 정부는 영광 원전 2기가 정지됨에 따라 동계 전력난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경부는 올해 11∼12월 예비전력을 275∼540만kW 수준으로 예상해왔는데 영광5.6호기가 가동을 중단하게 돼 연말까지 예비전력이 200만kW 줄어들게 됐다.

내년에 영광 5.6호기가 재가동하지 못하게 되면 예비력이 30만kW에 불과한 상황까지 초래될 수 있어 수요관리 등을 통해 전력 수급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지경부는 이날 오후 4시 한전, 전력거래소, 발전자회사 등 전력 유관 기관장들을 긴급소집해 비상전력수급대책회의를 개최, 동계 전력수급대책 준비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 조석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전력수급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해 가동에 들어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