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마에는 고전주의 시대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세에 온 거에요. 반면 앤서니 김은 이 시대에 사는 전형적인 사람이죠. 강마에는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음악 세계를 표현해내다 보니 그에 반하는 사람에게 독설을 날리는 건데, 앤서니 김은 오로지 돈과 성공을 위해서 걸림돌들을 다 내치는 거에요."
SBS TV 새 월화극 '드라마의 제왕'에서 앤서니 김 역할을 통해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오는 배우 김명민(40)은 그간 주로 독특한 캐릭터를 맡아왔다.
2007년 '하얀 거탑'의 냉정한 의사 장준혁,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의 외곬 마에스트로 강마에를 거쳐 이번에는 돈을 벌어주는 시청률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방송가 '미다스의 손' 앤서니 김이다.
'드라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이라며 미사여구를 생략한 채 '돌직구'를 날리는 앤서니 김에게서 "똥덩어리!"라는 대사를 날리며 마에스트로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한 강마에가 떠오르기도 한다.
31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드라마의 제왕' 제작발표회에서 김명민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강마에와) 말투도 비슷하고, 목소리 톤도 비슷하더라"며 "강마에가 많은 이슈가 됐던 캐릭터다 보니 작가분들이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고 앤서니 김과 강마에 간 공통점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한 번 히트한 캐릭터를 되풀이하는 '수렁'을 피하기 위해 그가 주목한 것은 캐릭터의 목적의식.
"공통점은 있지만, 목적의식이 달라요. 그런 점을 구분하니까 캐릭터가 특화돼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강마에와는 확실히 다른 특별한 캐릭터가 됐지요."
'드라마의 제왕'은 앤서니 김과 신인 작가 이고은(정려원 분)이 100억 원을 투자받은 드라마 '경성의 아침'을 두고 빚는 갈등과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앤서니 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가 돈, 둘째가 드라마를 성공시키겠다는 야망, 셋째가 그 야망을 성취하는 성취욕이 아닐까 싶어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드라마를 성공시켜 '시청률 대박'을 터뜨리지만, 누구보다 드라마에 대한 사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앤서니 김을 연기하면서 '나쁜 놈'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는 "모두가 저(앤서니 김)를 욕하고 몰락시키고자 전전긍긍한다"면서도 "이런 사람이 있기에 대중들이 드라마를 보고 감동 받고, 눈물을 흘리고, 웃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앤서니 김을 두둔했다.
드라마를 향한 앤서니 김의 열정이 결국은 훌륭한 드라마를 빚어내기 때문이다.
김명민은 연출을 맡은 홍성창 PD와의 인연으로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지난 1996년 SBS 공채 탤런트 6기로 데뷔하고서 맺은 인연이 이어진 것.
"그때는 홍성창 PD도 '삐리삐리한' 조감독이었죠. 친해진 계기는 야외비를 많이 줘서에요. 보통 주인공들은 장면을 몰아달라고 하잖아요, 단역들은 찢어질수록 좋습니다. 10만 원씩 야외비가 나오거든요. 그걸 제일 잘한 게 홍 PD였어요.(웃음)"
촬영 일수에 따라 야외비를 지급받는 단역에게 홍 PD가 촬영 일정을 분산시켜 야외비를 '두둑하게' 챙겨줬다는 설명이다.
김명민은 '드라마의 제왕'을 통해 한동안 부진했던 SBS의 월화 미니시리즈 시간대를 책임지게 됐다.
시청률에 목을 매는 극 중 앤서니 김처럼 그도 시청률을 걱정할까.
"요새 드라마 시청률 파이가 예전하고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했을 때만 해도 30%대 드라마가 심심치 않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새는 월화수목 미니시리즈가 아주 잘 나가는 '대박' 드라마가 되더라도 20%를 안 넘는 분위기인 것 같더라고요."
그는 "더 이상 시청률이란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며 "시청률이 많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슈가 안 되는 드라마가 있고,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아도 체감 시청률이 50%를 넘는 드라마가 있지 않느냐"며 달라진 방송가 분위기를 들었다.
김명민은 대신 '이 세상에 우리 드라마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촬영하라'고 극중 호흡을 맞추는 최시원에게 조언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연기에만 몰입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 영화 '페이스 메이커', '간첩' 등 주로 스크린을 통해 팬들을 만났다.
TV에서 비치던 선 굵은 모습과는 달리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는 비주얼을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제가 드라마에서도 '페이스 메이커'의 마라토너처럼 하고 나왔다면, 저 앞에 보이는 '쌀 화환' 같은 건 없을 거에요.(웃음)"
김명민은 "드라마는 그만큼 여파와 반향이 크기 때문에 대중의 성향을 좀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영화는 자유롭다"고 안방극장과 스크린의 차이를 짚었다.
시청률 파이가 작아졌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시청률이 높게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드라마도 앤서니 김의 대사를 빌리면 '어쭙잖은 16% 마니아 드라마'가 아니라 시청률 40% '대박 드라마'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